금양은 한때 시가총액 10조 원을 넘볼 만큼 이자전지업계의 ‘황태자’였다. 여기에 기장군에 드림팩토리2 건설과 몽골·콩고 광산 투자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린 홍보이사 박순혁 씨도 늘 화제였다.
드라마틱한 성장 스토리를 보여주던 금양은 2023년 하반기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이차전지 업황 악화가 본격화되며 흔들렸다.
금양은 당초 드림팩토리2 건설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4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하지만 업황 악화와 주주 반발로 인해 2024년 2월 유상증자를 전격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금양은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되며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몽골 몽라광산 이슈도 있었다. 금양은 2023년 5월 공시에서 몽라광산의 2024~2026년 매출 및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1조 3386억 원, 5354억 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정정 공시를 내고 수치를 882억 원, 167억 원으로 93.4%, 96.7% 하향 조정했다. 몽골 측과의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와 지난해 굴착에 필요한 채굴용 설비 기초 공사 기간이 지연됐다는 게 이유였다. 다만 향후 채굴이 궤도에 오르면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금양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시장 신뢰는 바닥을 쳤다. 금양은 주주단 대표를 몽골에 데려가기도 했지만 여전히 시장 시선은 차갑다. 현재 몽골광산 개발은 기장 드림팩토리2 준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일시 중지된 상태다.
업계와 금양 내부에서도 몽골 광산 등의 실적 발표가 무리수였다고 보고 있다. 광산 개발은 유전처럼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정타는 지난 3월에 감사보고서상의 감사 의견에서 ‘의견 거절’ 통지를 받은 것이다. 이는 상장폐지 사유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3월 24일 부로 주식 거래가 중지됐다. 금양은 즉시 상장폐지 이의신청서를 제출했고 한국거래소는 내년 4월 14일까지 1년간의 개선 기간을 부여한 상태다.
금양 류광지 대표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 더욱 냉정하고 냉철한 판단으로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지난해 12월 42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회사에 증여하는 동시에 회사에 빌려줬던 3000억 원은 출자 전환하기도 했고, 비상 경영도 선포해 위기 탈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