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2-26 15:08:17
한동훈 전 대표는 26일 출간한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통해 “돌아보니 어차피 차차 법적 판단이 이뤄질 텐데 그 시점에 내가 (탄핵 찬성을) 말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또 계엄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을 향해 “계엄을 내가 했습니까” 등의 발언에 대해서도 “내가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출간된 자신의 저서에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것은 나에게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윤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탄핵으로 인해 마음 아픈 분들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민다”며 “당과 보수, 대한민국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판단했지만, 매우 고통스러웠다. 비판은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섣부른 탄핵 찬성 발언과 의원총회에서 “계엄을 내가 했습니까” 등 발언에 대해서 “내가 부족했다”고 몸을 낮췄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본인을 향해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계엄을 내가 했냐”고 맞받은 바 있다. 이 발언으로 한 전 대표의 측근도 등을 돌렸고, 당내 ‘반한’(반한동훈) 기류는 점차 확산됐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계엄을 내가 했냐’는 한 전 대표의 발언은 아직까지 당내에서 회자된다”며 “안 그래도 입지가 좁았던 한 전 대표의 남은 공간마저 쪼그라트린 실책성 발언이었다”고 회상했다.
한 전 대표는 저서를 통해 지난해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고 말해 당내에서 비판을 받은 데 대해 “사전에 준비한 발언이 아니었다”며 “돌아보니 어차피 차차 법적 판단이 이뤄질 텐데 그 시점에 내가 말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자행한 폭거들로 인해 대통령이 느꼈을 좌절감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우려에 대해 공감한다. 내가 어느 누구보다 더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자신에 대한 유죄 판결 확정을 막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계엄을 엄정히 단죄하지 않으면 이재명의 계엄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불법 계엄을 해도 조기 퇴진도 거부하고 탄핵도 당하지 않으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는 전례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며 “이재명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전례를 내세워 사법부를 통제하고, 자신의 유죄 판결을 막으려고 몇 번이고 계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