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댕댕이가 돌아온 것 같아요" 반려동물을 추억하는 다양한 방법

함께하던 동물 떠나보낸 반려인들
우울증·공황장애·불면증 등 시달려

살았을 때 모습 재현하는 양모펠트
수백 번 찔러 완성하는 섬세한 작업

제작 과정서 반려동물 추억 떠올려
펫로스 증후군 치유 방법으로 인기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2025-02-27 07:50:00

반려견의 실제 모습을 재현하는 양모펠트가 펫로스 증후군 극복 방법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은 반려동물 입체 초상화.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반려견의 실제 모습을 재현하는 양모펠트가 펫로스 증후군 극복 방법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은 반려동물 입체 초상화.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은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보낸 후 겪는 슬픔과 공허함으로, 많은 반려인들이 이를 극복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그대로 재현하는 양모펠트가 주목받고 있다. 양모펠트는 섬세한 기술로 반려동물의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어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기리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리움을 덜어주는 치유의 방법으로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기자도 몇 달 전 오랫동안 함께했던 반려견을 떠나보냈다. 펫로스 증후군 증상도 극복할 겸 직접 반려견 키링 만들기 원데이클래스를 체험해 봤다.

동그란 베이스 볼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모를 동그랗게 뭉쳐 수백 번 찔러야 한다. 양모펠트의 변화 모습.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동그란 베이스 볼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모를 동그랗게 뭉쳐 수백 번 찔러야 한다. 양모펠트의 변화 모습.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콕콕콕콕 잡생각 사라지는 양모펠트

평일 오후 1시경, 차디찬 바람을 뚫고 반려견 키링 만들기 원데이클래스가 진행될 '헤이플러피 펠트스튜디오'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짜 개와 똑같은 공예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실물 크기의 반려견을 재현한 아트돌,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반려동물 입체 초상화, 미니어처 크기의 귀여운 반려견 인형까지. 특히 아트돌은 실제 반려견과 크기와 생김새가 비슷해 쓰다듬고 싶어진다.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오늘 여기 온 목적을 잊을 뻔했다.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해 줄 박안나 대표와 간단한 인사 후 반려견 키링 만들기에 나섰다.

양모펠트 준비물인 양모와 바늘, 쪽가위.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양모펠트 준비물인 양모와 바늘, 쪽가위.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양모펠트는 천연 섬유인 양모를 바늘로 콕콕 찔러 브로치, 키링, 인형, 액자 등을 만드는 공예다. 양모는 동물의 털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어 반려동물을 재현하는데 많이 사용된다.

반려견 키링을 만들려면 먼저 양모를 동그랗게 뭉쳐 바늘로 찔러 얼굴이 될 베이스볼을 만들어야 한다. 찌르기를 반복해 형태를 잡아가는 과정을 '펠팅'이라고 하는데 초보자는 구를 만드는 데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곳에서는 시간 단축을 위해 동그랗게 모양이 잡힌 베이스볼을 미리 만들어둔다.

동그란 베이스 볼에 양모를 심는 작업이다. 콕콕콕콕 바늘로 찌르면 양모가 들어간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동그란 베이스 볼에 양모를 심는 작업이다. 콕콕콕콕 바늘로 찌르면 양모가 들어간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본격적으로 키링을 만들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책상에는 눈, 코가 달린 베이스볼과 바늘, 직사각형 모양의 스펀지가 놓여있었다. 먼저 강사가 수강생이 보낸 반려견 사진을 보고 양모를 심을 가이드라인을 그려주는데 그 라인을 따라 양모를 심기만 하면 된다. 이 과정을 '식모'라고 한다. 이제부터 무한 막노동의 시작이다. 고요한 공방에 사각사각 양모에 바늘이 들어가는 소리가 채워진다. 생각을 비운 채 1시간 정도 콕콕콕콕 한 땀 한 땀 털을 심다 보니 작업이 끝났다. 식모가 끝난 후 작업물을 보니 털을 자르지 않은 꼬질한 비주얼이 귀여움을 자아낸다.

베이스볼에 식모를 한 모습. 꼬질한 모습이 귀여움을 자아낸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베이스볼에 식모를 한 모습. 꼬질한 모습이 귀여움을 자아낸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반려견 환생 작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미용으로 반려견을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다. 강사가 먼저 얼굴의 반을 미용가위, 쪽가위, 빗을 이용해 윤곽을 잡아준다. 남은 건 수강생의 몫이다. 기껏 힘들게 심은 작품을 망칠 수 없다. 숨을 참고 조심스럽게 가위질을 시작했다. 털이 잘려나갈 때마다 조금씩 드러나는 반려견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강사의 도움으로 디테일한 미용이 끝나자 덥수룩한 꼬질이에서 귀여운 반려견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부자재를 달아주면 전 세계 하나밖에 없는 반려견 키링 완성이다.

식모 작업을 다 했다면 사진을 보고 미용에 들어간다. 박안나 대표가 세심한 손길로 미용을 하고 있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식모 작업을 다 했다면 사진을 보고 미용에 들어간다. 박안나 대표가 세심한 손길로 미용을 하고 있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제작 과정, 펫로스 증후군 극복에 도움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후 상당수가 슬픔, 우울, 불안 등을 겪어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과 사별한 사람의 절반가량은 우울증, 공황장애, 사회 불안장애, 불면증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헤이플러피 펠트스튜디오 박안나 대표는 "반려동물 입체 초상화 주문 건수의 90%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분들"이라며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펫로스 증후군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몸소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수의사협회는 펫로스 증후군 극복을 위해 반려동물과의 추억 떠올리기, 반려동물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기기, 다른 사람과 감정 공유하기 등을 제안하고 있다.

몇 달 전 무지개다리로 반려견을 떠나보낸 기자도 슬픔이 아물지 않았다. 좋은 추억이 많음에도 좀 더 잘해줄걸, 좀 더 같이 시간을 보낼 걸 하는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든다. 원데이클래스를 들으며 보낸 후 처음으로 마음 편하게 반려견을 떠올렸다. 양모펠트의 진정한 의미는 제작 과정에서 반려동물과의 소중한 순간들을 추억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의의가 있다.

무려 3시간이 걸려 완성된 반려견 키링.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과 흡사한 모습이 만족스럽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무려 3시간이 걸려 완성된 반려견 키링.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과 흡사한 모습이 만족스럽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박 대표는 인형을 받아 본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이 살아 돌아 온 것 같아 너무 기쁘다', '반려견을 떠나보낸 가족에게 위로의 선물이 됐다', '울컥한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표는 "며칠 전에는 반려견을 떠나보낸 지 얼마 안 됐는데 사진이 지워져 인형으로나마 추억하고 싶다고 주문을 주신 분이 있었다"며 "이렇게 작품 하나로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분들을 위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반려동물의 실제 모습과 똑같이 제작하는 것이 그들을 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