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홍준표’ 소환한 ‘2025년 이재명’…대법 판결 앞둔 대권도전에 ‘이중잣대’ 논란

2017년 ‘성완종 리스트 2심 무죄’ 홍준표 대권 도전에 민주당 비판 공세
유시민, 2017년엔 “재판 걸린 상태에서 출마하면 사람들이 뽑아주겠나”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2025-02-27 10:28:0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가 다음달 26일로 예고된 가운데 정치권에서 2017년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의 ‘성완종 재판’이 소환되고 있다. 당시 홍 지사가 1심에서 유죄, 2심에 무죄 판결을 받은 상태로 대권 도전에 나서자 민주당은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았다”며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최근 이 대표의 2심 선고를 앞두고 대권 도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2017년 홍 지사에 대한 비판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모습이다.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인 박용진 전 의원은 27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 인터뷰에서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대해 “2심에서도 유죄가 된다면 이 대표 본인이나 민주당으로서는 이중 삼중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정치적으로도 논란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특히 대법원 판결을 앞둔 정치인의 대선 출마와 관련, ‘2017년 홍준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홍 시장이 경남지사 시절 대선 후보로 출마할 때도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린 상태에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었다”면서 “출마 자격이 있느냐에 대해 그때는 민주당(반응)이 (지금과) 엇갈렸다”고 지적했다.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는 1심에서 유죄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에서 대권 도전에 나섰다.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권 도전에 대해 당시 민주당은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홍 지사 2심 무죄가 나오자 곧바로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하며 대법원 판결 기다려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경남도당은 “홍 지사는 1심과 2심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변론을 위해 사실상 도정 공백을 가져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이 지고 있는 것”이라며 “홍 지사는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면서 자중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당시 홍 지사가 대선후보 지지율 1위였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지금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독설을 쏟아내자 민주당은 더욱 반발했다. 당시 민주당 전해철 최고위원은 홍 지사를 향해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지만, 아직 대법원 판결 남아있다”고 경고했다. 전 최고위원은 당시 윤승모 경남기업 부사장이 성완종 회장의 지시로 홍 지사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점을 상기시킨 뒤, “홍 지사는 이미 도지사로서의 권위와 도덕성을 상실했다”며 “이번 막말은 그 인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으로,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이 대표를 적극 옹호하고 나선 유시민 작가도 2017년 당시에는 홍 지사의 ‘사법리스크’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 작가는 2017년 3월 방송된 JTBC ‘썰전’에서 홍 지사의 대권 도전에 대해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대법원에 걸려있다. 지금 1심 유죄, 2심 무죄지만 (재판이) 대법원에 있다. 대법원에서 무죄 날 가능성이 있지만, 재판이 걸린 상태에서 출마하면 사람들이 뽑아주겠느냐. 그래도 나와주면 땡큐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당시에는 홍 지사 비판에 열을 올렸다. 이 대표는 특히 홍 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법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며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2017년 12월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홍준표 대표님께 정계은퇴를 권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1억 뇌물 혐의 재판의 유죄 핵심 증언의 신빙성을 놓고 벌인 다툼에서 홍준표 대표님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볼 유력한 증거가 발견됐다”면서 “이제 일사부재리 원칙상 홍 대표님은 이 사건으로 다시 처벌받지는 않을 것이다. 판결 선고후 환하게 펴진 대표님의 얼굴을 보고, 저는 동시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국민들도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돈을 받고 안받고를 떠나 제 1야당 대표가 신성한 법정에서 재판의 핵심 증언을 탄핵하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대표님은 국민을 대표하고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지키는 공인이 될 자격이 없다”면서 “홍준표 대표님, 이제 그만 대표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라. 그것이 대표님께서 인간으로서 품격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마지막 길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홍 지사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해 쏟아냈던 민주당과 이 대표의 비판은 이제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 비명계까지 나서 당의 ‘이중 잣대’를 비판하면서 이 대표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다고 해도 여당과 비명계의 비판 공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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