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서명… 미국 첫 가상자산 규제법 출범

발행사 자산 조건 등 정하고 정보 공개 의무화
통화량 상응하는 금액의 미화 또는 국채 보유
2028년까지 2조 달러까지 성장 가능성 예측
트럼프 “장기적으로 달러 기축통화 지위 공고”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2025-07-19 09:34:5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업계에 대한 감독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지니어스 법’에 서명한 후 해당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업계에 대한 감독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지니어스 법’에 서명한 후 해당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스테이블코인의 규제를 공식화하는 ‘지니어스법’에 서명하며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을 본격화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처럼 가치가 고정된 디지털 자산으로, 변동성이 적고 거래 수수료가 낮아 해외 송금과 결제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돼 왔다. 그러나 그동안 법적 규율은 미비했으며, 업계는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틀 마련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의 정의와 함께 발행 조건, 자산 담보 기준 등을 명확히 규정했다. 특히 발행사는 발행량에 상응하는 금액의 미국 달러나 단기 국채를 100% 담보로 보유해야 하며, 보유 자산 내역도 매달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업계는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금융기관 및 유통업계의 도입 가능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에서 “이 법은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금융 기술 분야에 있어 인터넷 발명 이후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미국 국채 수요가 증가해 장기적으로 금리 하락에 기여하고, 이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이는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는 것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해당 법안은 미국 의회에서도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 하원에서는 총 308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 의원 대부분과 민주당의 절반 가까이 법안에 동참했다. 지니어스법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가상자산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보호하는 정식 입법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가상자산 업계도 즉각 반응했다. 주요 암호화폐 결제기업인 서클과 리플은 이미 은행 인가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기존 금융 시스템보다 빠르고 저렴한 거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이 법의 시행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28년까지 약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는 이번 법이 대형 기술 기업들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막지 못하고, 자금세탁 방지 조치도 충분치 않다고 우려했다. 특히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 조항이 빠져 있는 점도 허점으로 지적됐다.

이번 법안은 가상화폐 산업의 적극적인 정치 로비와 이에 우호적인 정치권의 지원 아래 탄생했다.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에 따르면, 업계는 지난해만 해도 친 가상화폐 정치인들에게 약 2억 4500만 달러를 후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 제미니 공동창업자 윙클보스 형제, 로빈후드 CEO 블라드 테네브 등 주요 업계 인사들을 일일이 소개하며 이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는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의 개척정신이 미국을 가상화폐 선도국으로 만들 것”이라며, 미국이 세계 디지털 금융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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