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시집 '죽음의 자서전' 독일 HKW 국제문학상… 아시아 최초

심사위원 만장일치 선정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5-07-20 13:40:12

김혜순 시인. 연합뉴스 김혜순 시인. 연합뉴스

김혜순(70) 시인이 시집 '죽음의 자서전' 독일어 번역본(제목 'Autobiographie des Todes')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독일 세계 문화의 집(HKW)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Internationaler Literaturpreis) 수상자로 선정됐다.

HKW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시상식을 열어 올해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 6명 가운데 김혜순을 수상자로 호명했다. 다른 최종 후보는 튀르키예의 도안 아칸르, 캐나다의 세라 번스타인, 우크라이나의 안나 멜리코바, 프랑스의 네쥬 시노, 미국의 제스민 워드였다.

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로 김혜순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위원들은 "김혜순 시의 경이로움 속에서 의미는 종종 불가사의함 속에 명확히 드러난다"며 "그 시편들은 리듬을 따라 반복해서 읽을수록 열리고, 이미지는 이미 올바르게 선택한 뒤에야만 비로소 보이게 되는 방향처럼 스스로를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죽음의 자서전'은 2016년 출간된 시집으로, 올 2월 독일 출판사 피셔가 대산문화재단의 출판 지원을 받아 번역본을 펴냈다. 시인이 2015년 지하철역에서 쓰러진 경험에서 영감을 얻었고, 이후 메르스와 세월호 사태 등 사회적 비극을 떠올리며 49편의 시를 써서 엮었다.

이 시집은 앞서 영어로도 번역됐고 김혜순은 2019년 한국인 최초로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시문학상'을 받았다. 김혜순은 2021년 스웨덴 시카다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시집 '날개 환상통' 영어판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국제문학상은 그해 독일어로 번역된 뛰어난 현대문학에 수여하는 상이다. 2009년 시작해 비교적 역사가 길지 않지만, 번역문학 분야에 특화한 권위 있는 상으로 평가받는다. 상금은 총 3만 5000유로(약 5600만원)이며 작가에게 2만 유로, 번역가에게 1만 5000유로가 각각 주어진다.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역시 2017년 '채식주의자' 독일어 번역본으로 이 상의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인 수상으로 이어진 것은 김혜순이 처음이다. 김혜순은 이 상이 제정된 이래 최초의 아시아인 수상자이며, 시집으로 이 상을 받은 첫 수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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