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2025-07-20 18:24:46
불성실 공시로 거래 중지가 됐다가 한국거래소로부터 1년간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으며 가까스로 기회를 얻은 금양은 앞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공장을 완공하는 등 약속한 비전을 실적으로 ‘입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지면서 이차전지 산업 전망이 어두운 데다 금양은 시장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장 완공을 위한 자금 조달 문제가 최대 관건이었다.
다행히 금양은 최근 해외투자 유치 소식을 전했다. 회사 측은 사우디아라비아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에서 40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금양은 유상증자에 성공해 기장 드림팩토리2 공장의 공사를 재개하고 빠른 시간 안에 배터리 생산 시설을 일부 가동해 실적을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8월 2일 유상증자 결과에 주목
금양은 지난 1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405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 소속의 알 셰흐리 대표와 이태식 부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금양은 보통주 1300만 주, 상환우선주(RPS) 1400만 주를 발행한다. RPS는 의결권이 없지만 연 2%의 우선 배당과 연복리 5% 수익률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발행된다. 신주 발행가액은 1만 5000원으로 마지막 주가(9900원)보다 51.5%가 높다.
신주 전량은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가 사들인다. 이 업체는 지난 3월 10일 설립된 법인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본사를 둔 건설·토목 전문 업체 스카이브T&C의 창업주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다. 자본금은 1억 원이다. 납입일은 8월 2일이다.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의 CEO인 알리 파예즈 알셰리는 지난 17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스카이브는 금양의 원통형 배터리의 혁신적 기술력과 우수성을 인정하여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투자를 결정했으며 금양의 성장과 안정을 지원하는 데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51.5% 할증을 두고 평이 엇갈린다. ‘금양의 기술력에 대한 인정’이라고 보는 시각과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의 자본금에 여유가 없다는 평가 때문에 ‘실제 납입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금양 관계자는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는 금양의 기술력을 보고 50%에 가까운 할증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금양의 가치를 상승시키므로 오히려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금양은 또 다른 투자 유치를 이어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금양 측은 “투자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곳이 2~3곳이 추가로 있는 상황이며, 구체적인 사항은 공시 범위의 제한 사유가 있어서 공개할 수가 없다”며 “투자 관련된 협의가 완료되면 공시를 통해서 주주들께 알려드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투자 성공하면 드림팩토리 가동
금양은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의 투자금 4050억 원이 납입되면 투자금 대부분을 기장 드림팩토리2 완공에 투입할 계획이다. 기장 드림팩토리는 현재 85%가량 공정이 진행된 상태에서 멈춰 있다. 시공사인 동부건설이 공사 대금 미납 등으로 지난달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다. 금양은 자금 조달 즉시 동부건설과 협의를 거쳐 공사를 재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금양은 올해 11월까지 공장을 완공하고, 12월에 2170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21700’ 설비 설치를 완료한 후 2026년 1월부터는 ‘21700’ 2억셀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 원통형 배터리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다만 4695 1억셀 공장의 경우 공장은 11월에 21700 공장과 함께 완공이 가능하나, 일부 설비의 경우는 내년 초를 목표로 제작 중이다. 금양은 내년 6월 말까지 4695 1억셀 공장 설비를 마무리 짓고 4695 원통형 배터리 양산은 2026년 7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기장 드림팩토리2가 준공될 경우 금양은 공장을 담보로 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은 준공이 되지 않아 토지를 별도로 매각 후 재임대하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준공이 된 이후는 공장을 담보로 한 자금 유치가 가능해져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계약은 그대로 유지되나
공장이 완공되더라도 거래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금양이 밝힌 체결된 계약은 3건이다. 2조 4000억 원 규모로 미국 나노테크 에너지와 맺은 ESS(에너지저장장치) 및 UPS(무정전 전원장치)용 원통형 배터리 장기 유통 계약, 3360억 원 규모로 사우디아라비아 GCC Lap과 맺은 ESS용 4695 원통형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 1575억 원 규모로 한국 피라인모터스와 맺은 전기버스용 21700 대용량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 등이다. 이 중 나노테크 에너지와 맺은 계약은 2025~2030년까지고, 나머지 2건은 2026~2030년까지다.
금양 관계자는 “2025년부터 납품하기로 했던 나노테크 에너지의 경우 당사 기장공장 준공이 약 1년 지연되면서 금양이 나노테크 에너지에 양해를 구해 2026년부터 납품할 예정이고, 나머지 계약도 기장 드림팩토리2가 본격 가동된다면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양은 실적이 수치로 드러나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