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2025-11-13 18:27:37
사전 정보를 취득해 재개발 주택을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소속인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에서 제명이 결정된 조병길 부산 사상구청장이 13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사전 정보를 취득해 재개발 주택을 매입했다는 의혹으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제명이 결정된 조병길 부산 사상구청장이 공개적으로 당의 결정에 반발하며 내년 지방선거 출마 강행 의지를 밝혔다. 조 구청장이 내년 선거에 등판해 레이스를 완주한다면 보수 표심은 갈라질 가능성이 크다. 부산에서 상대적으로 여권 지지세가 큰 낙동강 벨트에 포함된 곳인 만큼, 갈라진 보수 표심으로 사상구가 내년 지방선거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조 구청장은 13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장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데에 대해 사상구민께 사과드린다”며 “다만 돈을 벌 생각이었다면 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장 주변에 부동산을 선제적으로 매입해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노리지 8년이나 걸리는 재개발 사업장에 주택을 매입하겠나”라며 사전 정보로 재개발 주택을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조 구청장은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제명이나 당원권 정지 등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상태로 구청장 출마를 강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의심을 야기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제명 처분한 것은 너무 가혹하고 이러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국민의힘이 측은하다”며 “지난 3년 6개월 동안 구청장으로서 한 일을 바탕으로 우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구민들의 심판을 받아 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는 조 구청장에 대해 중징계인 제명을 결정했다. 12일까지 윤리위 결정에 대한 소명 기간이었으며 조 구청장은 따로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조만간 최고위 의결을 통해 이 같은 조치가 확정되는데, 윤리위 결정 사항을 최고위에서 뒤집는 경우가 드문 만큼 그대로 인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 구청장도 이를 예상하고 지역 국회의원인 김대식(부산 사상) 의원과 따로 논의하지 않은 채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고, 최고위 최종 결정 이전에 무소속이나 제3정당 입당 출마 가능성까지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구청장이 내년 구청장 출마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 사상구 선거판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조 구청장이 내년 지방선거 무소속으로 선거 레이스를 완주한다면 보수 표심은 나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8년 민선 7기 지방선거다. 당시 부산 동래구청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38.95%)과 바른미래당(10.05%)으로 보수 표심이 나뉘면서 민주당 김우룡 후보 48.53% 득표율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보수 표심을 합하면 민주당에 0.47%포인트 앞서지만, 그 표심이 갈라지면서 승자가 뒤집힌 셈이다.
조 구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 일머리는 모르는 사람, 철없는 사람이 사상구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서는 일이 없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는데, 사실상 구청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인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 7개월여를 앞두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 표심이 갈라지는 변수를 고려해 민주당에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 구청장의 제명 결정으로 무주공산이 된 국민의힘 내부 경쟁에선 현재 국민의힘 사상 당협위원장인 김대식 의원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 김창석(사상2) 시의원, 김대식 의원이 이끄는 사상당협위원장 사무국장을 지낸 서복현 경남정보대 교수가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일각에서는 현재 거론되는 이들이 아닌 제3의 인물이 깜짝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 선거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민주당에선 자천타천으로 서태경 사상지역위원장이 유력한 구청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서 위원장은 당장 내년 선거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적 조직화를 꾀하며 지역 기반을 닦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