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가 되면 진료실에는 한판 전쟁이 일어난다. 감기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전쟁이다. 주요 전장은 사람의 목과 코이다. 심해지면 후두까지 넓어진다.
감기 바이러스는 변신 능력을 지닌 바이러스이다. 수시로 증상을 바꾸면서 환자를 공격한다. 몸이 감기에 대한 면역 능력을 갖출 때쯤 되면 새로운 증상의 감기가 유행한다. 가래, 기침 위주의 감기가 갑자기 콧물, 코막힘 위주로 바뀐다. 너무 잦은 변신 때문에 감기는 예방백신도 만들 수 없다. 바이러스 종류도 200가지가 넘으니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면역력을 높이는 것 이외는 다른 방법이 없다.
대부분은 가볍게 지나가지만, 면역이 떨어지면 감기도 무서운 질병이 된다. 감염이 인두를 넘어서면 질병이 심각해진다. 후두에서 기관지로, 기관지에서 폐로 감염이 퍼지면 치명적인 폐렴이 될 수 있다. 면역이 떨어진 노인이나 영유아에게는 감기는 치명적이다.
감기 바이러스가 평범한 전사라고 하면 독감바이러스는 무서운 전투력을 가진 전사이다. 약 100년 전 스페인독감 당시 세계 총인구 16억 명 중 5억 명을 감염시켰고, 수천 만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독감의 병독성은 감기와 큰 차이가 있다. 가래 기침 등의 상기도 증상 위주의 감기와 달리, 아예 처음부터 전신 증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독감이 무서운 이유는 증상 때문이 아니다. 독감 자체 보다는 폐렴, 심근염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최근에 호흡기 전쟁에 뛰어든 무서운 신예이다. 코로나의 무서움은 은밀히 행보를 하는 조용한 암살자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감기와 잘 구별되지 않는다. 그저 오래가는 감기로 생각하고 있다가, 치명적인 중증 상태에서 질병을 발견 할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아예 아무 증상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코로나 접종을 강력히 권고하는 이유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 진료실은 의사들도 힘들다. 변화무쌍한 감기, 치명적인 독감, 은밀한 코로나가 한꺼번에 덤비는 시기다.
갖가지 증상을 환자들이 호소한다. 가래,기침, 콧물, 몸살, 두통, 몸살 등 증상도 다양하다. 의사는 증상이 하는 말을 듣고, 체온을 재어보고, 목을 보고, 청진기로 심장과 폐소리를 듣는다. 머릿속으로 질병의 모습을 그리면서 원인을 찾고, 치료 방법을 궁리한다. 불편을 줄이는 일, 고통을 줄이는 일, 병을 낫게 하는 일을 생각한다. 기침을 줄이고, 열을 내리고,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합병증을 막기 위한 처방을 한다. 환자와 한 편이 되어 싸운다.
의사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환자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독감과 코로나 예방접종을 반드시 맞는 일, 건강한 생활로 평소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다. 특히 어르신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