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5-12-01 18:39:25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1주년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공식 사과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여전히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당 내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불만 기류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은 계몽이 아닌 악몽이었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당 지도부 차원의 사과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 내에서 처음으로 사과 언급이 나온 셈이다.
양 최고위원은 “우리는 대통령의 오판을 막지 못했다. 우리 당 모두의 잘못이고 책임”이라며 “대통령은 당에 계엄을 허락받지 않았고 소통하지도 설명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우리 당에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공개 사과에 나섰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시민의 삶은 지난해 12월 3일을 계기로 완전히 무너졌다”며 “저 또한 부족했다. 죄송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재선 대구시장 출신 권영진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분명하게 국민들에게 사과할 건 사과하고, 반성할 건 반성하고 끊어낼 건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태·김재섭 의원 등 소장파는 지도부가 입장을 내지 않을 경우 별도 사과문을 발표하겠다고 경고하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과 여부에 대해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지도부는 3일까지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추경호 전 원내대표 영장 심사 결과 등을 종합해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는 이날 인천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고, 저들이 만든 운동장에서 싸우면 안 된다고 그렇게 소리치는 자체가 저들이 만든 운동장에 갇히는 것”이라고 말하며 사과 요구에 즉각 응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민주당이 ‘내란 정당’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사과가 오히려 프레임을 공고화할 수 있다는 의도로 읽힌다. 김민수 최고위원도 "장동혁호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길"이라며 "중간중간 잡음에 신경 쓰지 말라"고 장 대표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