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이슈 선점한 김태호의 노림수는

권기택 선임기자 ktk@busan.com 2026-08-17 16:50:44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 부산일보DB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 부산일보DB

하절기 정국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개헌 논의의 중심에 국민의힘 김태호(4선) 의원이 있다. 부산·울산·경남(PK)을 대표하는 차기 주자인 김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에서 ‘조건부 개헌’ 방안을 제시한 뒤 여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 의원이 개헌 카드를 꺼낸 의도는 뭘까.

김 의원이 당초 이재명 대통령의 골프 회동을 수락한 핵심 이유는 개헌 때문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극도의 경색 정국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여야 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대통령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강훈식(청와대) 비서실장과 4시간 넘게 라운딩 하는 과정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고, 개헌도 그 중 하나였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이날 회동에서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문제점과 청년 주택 정책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권력 집중의 폐해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개헌 문제가 제기됐다고 설명한다. 김 의원은 “지금 체제로 가면 결국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등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다”며 “모든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아니라 권력이나 책임이 배분되는 형태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정치를 배웠고,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총리로 지명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도 두터웠다. 하지만 이들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현재의 권력구조가 만든 예고된 운명”이라고 말한다.

이 대통령이 공감을 표하자 김 의원은 더욱 적극적으로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그런 방향으로 개헌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강경 보수파들은 골프 회동에 응했거나 제의를 받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판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하지 않는다면 개헌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평소 합리주의자로 통하는 김 의원은 정파를 떠나 여야 의원들을 다양하게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친장(친장동혁)계와 친한(친한동훈)계를 가리지 않고 접촉하고 있고, 김무성 유승민 전 의원은 물론 민주당 원로들도 수시로 만나고 있다. 그는 “본의 아니게 개헌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본래 대통령을 만난 취지가 훼손돼 안타깝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분간 개헌 문제는 여야 지도부에 맡겨 놓고 자신의 활동 폭을 더욱 넓힐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 본격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원이 당내 강경 보수파를 제외한 중도 합리적 성향의 대다수 의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차기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선 더욱 적극적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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