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대로 된 성찰과 방안 없이 국정 쇄신할 수 있나

입력 : 2024-04-17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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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총선 사과에도 변화 의지 안 보여
여야 협치 등 국민 요구 따른 해법 제시해야

16일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생중계 모두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생중계 모두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결과에 대한 소회와 다짐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특히 강조한 부분은 ‘더 낮은 자세’ ‘보다 많은 소통’ ‘민심 경청’ 등이다. 국정심판 성격의 이번 총선 결과에 따른 나름 절제된 평가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날 모두발언에서 드러난 윤 대통령의 속내는 결이 사뭇 다르다.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 해도, 국민들께서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이라고 한 대목이 그렇다. 잘못을 국민에게로 돌리는 듯한 의미로 들리는 것이다. 국정의 쇄신을 기대했던 국민들로선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민에게 육성으로 전해진 윤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 대부분은 지금까지 정책에 잘못이 없었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 정책이 이미 서민의 삶을 챙기고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있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러면서 노동·교육·연금·의료 개혁의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내각 개편과 참모진 교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총선 패배에도 기존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결심을 내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 의문이다. 총선 후 엿새 만에, 그것도 기자회견이 아닌 국무회의 자리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한 점도 아쉽다. 일방소통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 역시 여소야대 정국이 된 상태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선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와도 긴밀하게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을 뿐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에도 분명한 답이 없었다. 민생을 챙기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야당과의 협치 같은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은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한 배경에는 윤 대통령에게 야당을 국정 운영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민의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 그런 생각은 아예 없는 듯하다.

대통령실은 국무회의 후 “윤 대통령이 총선과 관련해 사과했다”고 대신 전했다. 거기에 안주할 일이 아니다.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은 여야 협치 등을 통해 국정쇄신의 해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그 해법은 윤 대통령의 변화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지적하는 바다. 잘못된 진단에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없다. 진정 어린 성찰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은 국정 방향이 잘못됐다며 선거를 통해 변화를 요구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정 쇄신은 요원해지고 민심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는 약속이 구두선에 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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