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고 검찰 조사에 임할 것을 밝혔다. 하지만 최순실과의 친분을 제외한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4일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연설문 및 자료유출' 관련 대국민사과를 발표한 지 열흘 만이다.
 
박 대통령은 약 9분 20초 동안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이 모든 사태는 저의 불찰"이라며 "필요하다면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며 "최순실 씨와는 앞으로 인연을 완전히 끊겠다"고 전했다.
 
또 마지막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추후에 기회가 있을때 설명하겠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했다.
 
다음은 대국민담화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먼저 이번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맏겨 주신 국민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망므의 상처를 드려 가슴이 아픕니다
 
저와 함께 헌신적으로 뛰어주셨던 정부 공직자들과 현장 많은 분들, 선의의 도움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 추진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인이 이권을 챙겼다고 하니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입니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습니다
 
어제 최순실 씨가 중대 범죄 혐의로 구속됐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체포돼 조사를 받는 등 검찰수사특별본부에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일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에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 수용하겠습니다
 
국민여러분, 저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습니다.
 
홀로 살며 챙겨야할 개인사들 도와줄 사람 조차 마땅치 않아 오랜 인연을 가진 최순실씨로부터 도움을 받고 왕래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제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입니다.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듭니다.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정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어 가슴이 아픔이 찢어지는 느낌입니다.
 
심지어 제가 사이비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 온 국정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일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성장동력 만큼은 꺼트리지 말아줄것을 호소드립니다.
 
다시 한번 저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여려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이미 마음으로는 모든 인연을 끊었지망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습니다.
 
그동안의 경의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마땅하나 지금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 일일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자칫 저의 설명이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돼 모든 말씀을 오늘 드리지 못한 것 뿐이며 앞으로 기회되면 모두 밝히겠습니다.
 
또한 어느 누구라도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하며, 저 역시 모든 책임 질 각오 되어있습니다
 
국민여러분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한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됩니다.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 속히 회복해야합니다.
 
국민이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 원로와 종교 지도자,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깊이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

김상혁 기자 sunny10@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