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뇌관 추가 공사비, 이번엔 ‘대연3구역 1800억’
4400여 세대 매머드급 단지인 부산 남구 대연 디아이엘의 시공사가 조합측에 1800억여 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입주를 앞둔 시점에 공사비 증액 갈등이 ‘뇌관’으로 떠올랐다. 조합원 숫자로 단순 환산하면 조합원 1명당 1억 원가량의 추가 부담을 요구한 셈이다. 5일 대연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최근 대연 디아이엘의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롯데건설이 조합에 1839억 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디아이엘은 남구 대연3구역을 재개발해 총 28개동, 4488세대를 짓는 사업이다. 조합원은 1755명으로, 임대아파트를 제외하고 약 45%가량이 조합원 분양, 55%가량이 일반분양이다. 2018년 시공사가 사업을 수주할 당시 도급공사비는 3.3㎡당 439만 5000원, 총 공사비는 9070억 원이었다. 하지만 2023년 1월 착공 후 분양을 앞둔 시점에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면서 2023년 4월 3.3㎡당 634만 원에 변경계약을 맺었다. 변경계약에 따른 총 공사비는 약 1조 3848억 원(간접비 포함)으로, 최초 계약 대비 50%가량이 인상됐다. 그런데 내년 3월 입주를 앞두고 막판에 시공사가 또 한 번 청구서를 내민 것이다. 조합 측은 “본계약서에 따르면 연면적 증가분에 대해서만 공사비 증액을 한다고 돼 있고, 설계 변경으로 추가공사비가 발생한다면 조합과의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시공 후 청구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합 자체 계산으로는 연면적 증가, 조경 특화, 추가 파일 등 공사비를 더한 뒤 현산의 공사 미이행 금액을 차감하면 200억 원대 증액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200억 원과 1800억 원의 격차가 너무 크다 보니, 현재 조합 측은 시공사 요구를 받아들여 한국부동산원에 적정 공사비 검증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부산시 도시정비과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도 했다. 합의 금액이 커질수록 비례율이 줄어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순이익이 줄어들고 분담금이 커질 수 있어 1755명 조합원의 승인을 얻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공사로서는 그러나 최종 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최악의 경우 입주를 막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산 관계자는 “최대한 입주가 잘 될 수 있도록, 총회 의결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정 공사비 검증 결과를 따를 것”이라면서도 “분담금이 결정되지 않은 채 입주가 되면 시공사 입장에서는 적정 공사비를 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키 반출 제한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 같은 공사비 증액 갈등은 각 공사 현장마다 사업이 틀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부산 해운대구 우동1구역(삼호가든)에서는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다 결국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했고 최근 부산 금정구 서금사A구역에서도 공사비 증액으로 분양가가 최초 계약 대비 크게 상승하면서 조합원 반발과 조합장 해임 갈등, 관리처분계획 승인 무산으로 이어졌다. 지난 2023년에는 영도구 동삼2구역 재개발 사업장인 에일린의 뜰에서에서도 시공사가 조합에 추가공사비 171억 원을 요구하다 협상이 결렬되자 유치권 행사를 이유로 입주를 막았다. 같은 해 연제구 거제2구역 재개발 사업장인 레이카운티에서도 시공사가 524억 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며 조합원의 입주 제한과 키 반출 제한을 통보하고 결국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전쟁 등으로 공사비가 한참 올랐던 시기 전후에 계약하거나 지어진 아파트들에서 더 나올 수 있는 사례”라면서도 “사실상 공사를 완료한 뒤 추후 요청을 하면 공사비가 적정한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 퀀텀 프런티어 포럼] “양자센싱 산업화 부울경에서 선점”
‘양자센싱’이 부산·울산·경남 제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역의 연구 역량과 소재·부품·장비 기술을 연계해 산업화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5일 부산시와 〈부산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제5회 부산 퀀텀 프런티어 포럼’이 이날 오후 2시 해운대 웨스틴조선 부산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부산·울산·경남의 양자기술 전문가들이 각 지역의 연구 성과와 산업화 가능성을 발표하고, 동남권 양자클러스터 추진 전략과 지역 산업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양자센싱은 원자와 전자 등 미세한 입자의 양자역학적 특성을 활용해 자기장과 온도, 중력 등의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이다. 기존 센서로 감지하기 어려운 미세한 변화까지 측정할 수 있어 반도체 공정의 결함 검사와 정밀 의료, 자율주행 항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양자센싱 시장은 2040년 24조~42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부산·울산·경남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산업화에 나서야 한다. 부산대 문한섭 교수는 대학과 기업의 협력을 강화해 연구 성과를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제형 교수는 양자점과 고체 기반 양자광원, 광집적회로 등의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한국세라믹기술원 최문희 책임연구원은 경남이 가진 부품 제조 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영신 부산일보사 사장은 “양자기술은 물류, 금융, 제조 등 부산의 주력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지역 혁신 생태계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 기술, 동남권 제조업에 활용 소부장 경쟁력 높여야” [부산 퀀텀 프런티어 포럼]
반도체의 미세한 결함을 찾아내고 조선·해양 설비의 이상을 감지하는 기술이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양자기술이 미래 산업의 성장동력이 되려면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기업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특히 동남권에 밀집한 제조업을 기술 실증의 무대로 활용하고,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상용화의 관건으로 꼽힌다. ■양자센싱, 정밀 검사부터 항법까지 ‘제5회 부산 퀀텀 프런티어 포럼’에서는 양자 기술의 산업화 가능성과 함께 실제 제품개발에 필요한 과제들이 다뤄졌다. 전문가들은 양자센싱을 기존 제조업에 비교적 빠르게 접목할 수 있는 분야로 제시했다. 양자센싱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역 제조업이 안고 있는 정밀 검사와 계측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기존 검사 장비로 찾아내기 어려운 미세한 결함을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고, 배터리·전력 부품의 상태 진단이나 조선·해양 분야의 정밀 측정에도 응용 가능성이 있다. GPS 사용이 어려운 환경에서 항법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 역시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높은 측정 성능을 구현했다고 해서 곧바로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 현장의 진동과 잡음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검사 속도와 비용 면에서도 기존 장비보다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양자센서 상용화 나선 부산 양자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부산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부산대 문한섭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지역 기업들과 함께 추진 중인 기술개발 사례를 소개했다. 배터리를 분해하지 않고도 미세한 자기장 변화를 측정해 정상 제품과 결함이 있는 제품을 구별한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부산대, 지역 중소기업들이 참여해 각자의 전문 기술을 결합했다. 부산대는 양자센서의 핵심기술과 장치 설계를 담당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은 측정 결과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다른 기업은 자기장 측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송벨트와 장비를 제작하고, 배터리 관련 기업은 정상 제품과 불량 제품을 제공해 기술 검증을 돕는다. 이처럼 양자기술을 직접 연구하지 않는 기업이라도 기존에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산업에 참여할 수 있다. 문 교수는 “양자기술을 실제로 활용하는 데 있어서 기업들이 각자가 잘하는 것들이 어떻게 합쳐질까를 같이 고민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양자산업화 힘 보태는 울산·경남 부산에서 시작된 양자센서 상용화 시도가 동남권 전체로 확산하려면 울산과 경남의 참여가 중요하다. 울산은 관련 핵심기술을 고도화하고 경남은 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제조 기반을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울산은 양자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제형 교수는 양자광원과 광집적회로 등 핵심 소자 연구 성과를 소개하며, 광섬유를 활용해 금속 두께를 원격으로 측정하는 기술도 제시했다. 이러한 연구를 지역 제조업의 정밀 검사 수요와 연결한다면 기존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계측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남은 연구 성과가 실제 제품생산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양자센서가 산업현장에서 널리 쓰이려면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세라믹기술원 최문희 책임연구원은 “양자센서도 처음에는 실험실에서 개발됐지만 이제는 손바닥 크키까지 작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더 좋은 소재를 활용해 더욱 작게 만드는 연구개발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의 소재·부품 제조 역량을 활용해 핵심 부품의 국산화와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자산업 생태계 조성 시급 양자기술의 산업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지역 기업들이 연구개발과 실증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기술 도입과 투자를 이끌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양자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공동으로 기술 수요를 발굴하고 제품개발부터 실증까지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메가존클라우드(주) 김동호 부사장은 패널토론에서 “과제 수행을 넘어, 기업이 효과를 확인하고 다음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소와 대학에 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동연구·사업화 창구를 마련하고, 지역 기업이 기술개발과 실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 성과를 기업의 실제 구매와 투자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양자기술이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은 만큼, 부산·울산·경남이 기술적 협력을 강화하고 산업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재완 단장은 “1차 양자혁명을 통해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술의 혜택을 누려왔다”며 “2차 양자혁명에서는 양자역학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만큼 이제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때이며, 부울경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것 태어나는 ‘창발’ 근원에 양자역학 존재” [부산 퀀텀 프런티어 포럼]
양자는 우주와 만물의 원리인 최신 물리학인 동시에 글로벌 강국이 주도권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혁신 기술이다. 우리나라도 인공지능(AI) 다음으로 양자를 지목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5일 열린 ‘제5회 부산 퀀텀 프런티어 포럼’에선 양자기술의 두 가지 측면을 개괄하는 강연이 마련됐다. 고등과학원 박권 물리학부 교수는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양자역학 이야기’를 주제로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낯선 양자역학의 개념과 의미를 풀어냈다. 그에 따르면 양자는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자 우주 그 자체”다. 박 교수는 모든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고전적인 믿음,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의 이름을 따서 ‘라플라스의 악마’로 불리는 과학적인 결정론이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깨졌다고 강연을 시작했다. 실제로 ‘삼체 문제’나 ‘나비 효과’처럼 변수가 조금만 늘어나도 예측이 힘들어진다.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에서 새로운 것이 태어나는 ‘창발’의 근원에 양자역학이 있다. 박 교수는 이중 슬릿 실험과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양자역학의 본질을 설명했다. 그는 “노벨물리학상을 탄 ‘벨 부등식’ 실험을 통해 양자역학이 맞았음이 증명됐고, ‘양자 얽힘’ 상태를 이용해 누군가 해킹을 시도하면 즉시 알 수 있는 높은 보안성의 양자 통신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면서 “중첩을 이용해 모든 경우의 수를 동시에 계산하는 양자컴퓨터는 복잡한 우주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궁극의 도구이자 ‘우주가 양자컴퓨터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이규환 팀장은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계획’ 강연에서 “양자산업은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 금융, 에너지, 물류, 제약, 방산 등 기존 산업에 적용돼 부가가치를 대폭 높이는 ‘파생 산업’으로, 2035년 경제적 유발 효과는 최대 2조 달러(약 2900조 원)로 전망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과거에는 ‘양자 우위 달성’이나 ‘큐비트 성능 향상’처럼 연구실 수준의 성과가 목표였다면 지금은 ‘어떤 산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현장 적용과 안정적 부품 공급이 가능한가’라는 상용화 중심으로 양자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중국, EU와 일본 등 글로벌 강국들이 양자 기술 경쟁에 나선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팀장은 “글로벌 강국들조차 생태계를 신속하게 조성하고,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인프라와 숙련 기술 인력의 암묵지를 공유하고 정부 주도로 마중물 역할을 할 초기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양자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도 올해 1월 ‘넥스트 AI(인공지능)’로 ‘양자’를 지목하고 지난 9월에는 서울(양자컴퓨팅), 전남광주(양자통신), 부산·울산·경남(양자 센싱)을 3대 ‘양자클러스터’로 지정했다. 동남권은 풍부한 제조업 기반과 연구·제조·소부장 역량을 결집해 양자 센서의 제작부터 패키징·시험·인증과 현장 실증까지 지원하고, 해양·제조·방산 등 특화산업과 연계해 제조기업의 양자 전환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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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해양도시의 혁신] 항만 산업 전체 에너지원 수소 전환 목표로… 친환경 항만 허브 ‘속도’
유럽 최대 항만을 가진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아시아 최고 해양도시인 싱가포르와 함께 부산의 롤 모델로 꼽힌다. 로테르담항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화를 앞세워 ‘유럽의 청정에너지 관문’으로 가기 위한 도약을 서두르고 있다. 부산항도 친환경·디지털 분야 연구·개발 기술을 현장에 적용, 상용화하는 시도를 통해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에 <부산일보>는 로테르담 항만청에 서면 질의서를 보내, 마타이스 판 도른(Matthijs van Doorn) 상업 부문 부사장(Vice President Commercial)으로부터 로테르담항의 혁신 현황에 대한 답변을 받았다. ▲‘친환경 에너지 허브’로 가는 로테르담 도른 부사장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같은 해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은 우리가 아직도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며 “그럴수록 더 탈탄소를 위한 에너지 전환을 힘있게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각국은 미래의 에너지 전환 보다는 현재의 에너지 수급 관리에 급급해졌고, 결국 탈탄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정학적 상황과 무관하게 탈탄소로 가야 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로테르담항은 항만구역이 42km에 달하는 유럽 최대 항만으로, 산업단지와 물류단지를 함께 품고 있다. 유럽 전체 에너지의 13%가 이 항만을 거쳐 공급될 만큼 규모와 역할이 크다. 항만청은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시설을 늘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항만 비전 2050’을 설정했다. 항만 전체의 에너지원을 수소로 전환하는 구상이다. 도른 부사장은 “단순한 물동량 확대가 아니라 경쟁력과 신뢰성, 사회적 가치를 갖춘 항만이 목표”라면서 “인프라와 디지털 시스템, 규제, 장기적 확실성을 제공해 기업 투자를 끌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린수소로 항만 산업단지 가동 에너지 전환 실행 속도도 빠르다. 프랑스 산업용 가스 기업 에어리퀴드는 로테르담항에 200MW급 그린수소 공장을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또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중 하나인 영국 셸은 해상풍력 전력으로 하루 최대 60톤의 그린수소를 만드는 200MW급 전해조를 지어, 인근 정유단지의 탄소 배출을 줄일 계획이다. 이곳의 국가 수소 파이프라인망은 이르면 2031년 항만 배후 산업단지 전체를 연결한다. 선박 연료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도른 부사장은 “메탄올 벙커링은 이미 일상화됐고, LNG·수소·암모니아도 선박 간(ship-to-ship) 공급 방식으로 벙커링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사업 ‘포르토스’는 지난해 육상·해상 배관 공사를 완료하고 올해 1월 저장용 유정 전환 작업도 끝냈다. 터미널들은 2028년까지 육상전원공급 설비를 갖춘다. 싱가포르와는 지난 2022년부터 디지털 협력과 더불어 ‘그린·디지털 해운 회랑(GDSC·Green and Digital Shipping Corridor)’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두 항만을 잇는 약 1만 5000km 항로에서 저탄소·무탄소 연료 선박 운항과 디지털 항만 데이터 교환을 함께 추진하는 협력 사업으로, 매달 워킹그룹을 가동해 공동 표준을 만들고 있다. 항만은 서로 연결돼 있으므로 같은 표준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디지털 분야에서 로테르담 항만청은 항만의 디지털 정보가 어디에 있고 누가 소유하며 언제 가치를 갖는지를 정리한 ‘항만 참조 아키텍처(PRA·Port Reference Architecture)’를 만들었다. 공간·인프라·운송·물류 4개 계층의 정보를 서로 연결해 시설 유지보수와 공급망 일정을 최적화하는 틀이다. 철도·내륙수운·도로를 묶는 복합운송 전략도 올해 8월에 마련했다. ▲스마트 환적 물류에 집중한 부산 로테르담항과 부산항의 출발점은 다소 차이가 있다. 부산항은 2025년 2488만TEU를 처리해 세계 7위에 올랐고, 환적 물동량 기준으로는 싱가포르에 이어 2위다. 강점이 되는 물류 자동화에 있어서는 오히려 부산이 앞선 면도 있다. 2024년 4월 개장한 부산항 신항 7부두는 국내 최초의 완전 자동화 컨테이너 항만이며, 안벽크레인과 AGV 등 모든 장비가 전기로 가동돼 탄소 배출을 최소화했다. 부산항에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국·시비와 민간 재원 총 454억 원이 투입돼 ‘자율주행 기반 스마트항만 모빌리티 플랫폼 기술개발’ 사업이 추진된다. 부산항만공사는 진해신항에 AI 기반 하역장비 통합제어 시스템(ECS) 인프라 디지털화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해수부도 2032년 개장 예정인 진해신항 1단계 구역을 피지컬 AI 항만의 선도 모델로 구축하기로 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반면 신연료 인프라는 이제 계획을 만드는 단계다. 최근 고시된 제4차 전국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2026~2030)에는 친환경 선박 주유 시설인 LNG 벙커링 인프라를 부산항 신항 남컨테이너 배후단지에 조성해, 암모니아·수소 등 무탄소 연료까지 공급하는 ‘친환경 복합에너지 터미널’로 조성하는 방안이 반영됐다. 수소 생산과 파이프라인, 벙커링, 이산화탄소 저장을 한 묶음으로 키워 온 로테르담과는 확실히 다른 시선인 셈이다.
“SMR 선박·AI 자율운항선박 상용·그린에너지 전환 필수” [제20회 세계해양포럼]
제20회 세계해양포럼(WOF) 마지막 날인 5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에 걸쳐 ‘산업을 잇다’ 그린에너지 세션이 열렸다. 탄소중립 요구와 AI 기술 발전이 맞물려 전환기를 맞은 조선·해양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짚은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무탄소 추진선박과 해양에너지, AI 자율운항의 가능성을 살피고 기술 안전성과 표준화, 상용화 방안을 논의했다. 오전 세션은 안광헌 고려대 법학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의 사회로 4건의 발표가 이어졌다. 첫 연단에 오른 이동형 국가과학기술연구회 PD는 ‘해양원자로(SMR) 개발 현황과 향후 계획’을 주제로 소형모듈원자로(SMR) 선박 기술을 중심에 둔 국가사업 ‘K문샷’의 추진 현황을 소개했다. K문샷 프로젝트는 AI와 첨단 과학기술을 융합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려는 범국가 프로젝트다. 이 PD는 “K문샷의 SMR 선박 미션은 건조를 통한 글로벌 해양 신시장 선도”라며 “2035년 SMR 선박 건조 착수가 목표”라고 밝혔다. 로드맵은 2029년 주요 기기 국산 제작과 해양 테스트베드 구축, 2032년 해양용 MSR 임계실험, 2035년 건조 착수 순으로 짜여 있다. 이어 여동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책임연구원은 AI를 접목한 자율운항선박 시스템 개발 현황을 공유했다. 노르웨이·일본·중국 등 해외 프로젝트를 소개한 그는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이 가장 앞선 기술을 갖고 있으며, 최종 목표는 AI를 활용한 완전 자율운항선박 가동”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시작된 이 과제는 울산 앞바다 등에서 실증과 병행하고 있다. 여 책임연구원은 “컨테이너선에도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해, HMM이 최근 완전자율운항에 가까운 ‘코드 3’ 항해 실증을 진행했다”며 “기술 적용 반경을 넓혀 항구에서 항구까지 커버하고, 충분한 테스트와 실증으로 수용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유병용 HD한국조선해양 상무는 ‘해양 기반 그린에너지 인프라 기술 개발’을 주제로 에너지 전환 기술의 조선업 적용 사례를 공개했다. 그는 “전 세계 친환경 선박의 80%를 차지하는 LNG 연료 선박이 10년 전 81척에서 지금은 10배 이상 늘었다”며 “LNG는 물론 수소·암모니아 기반 에너지 전환에 우리 조선해양 기술과 업계가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탱크 수를 4개에서 3개로 줄여 탄소배출을 낮춘 LNG운반선, 올해 초 인도돼 북해에서 운항 중인 세계 최대 탄소포집저장 운반선, 부유식 데이터센터, 자체 개발한 진공 시스템을 적용해 액화수소 대형 저장을 가능하게 한 액화수소 운반선이 대표 사례다. 유 상무는 올해 발주된 국내 최초 수소실증선이 2029년 건조를 마치면 부산신항 LNG 벙커링 친환경 복합터미널에서 실증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 개발, 실해역 실증,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으로 미래 해양산업 생태계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화상 연결로 ‘AI 시대, 조선해양 산업의 생태계 변화와 미래 시장 동향‘을 발표한 이강기 한국내연기관협의회 회장은 “LNG, 암모니아, 메탄올에 이어 궁극적인 에너지원은 수소”라며 “생산부터 저장, 벙커링까지 여러 기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설비·엔진·조선·항만·온쇼어에 이르는 전 과정의 친환경 전환은 도전과 개척의 영역”이라며 “고도화된 항만과 글로벌 표준급 조선해양 기술을 가진 한국이 AI를 접착제처럼 활용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오후 세션은 5건의 주제발표와 패널토론으로 이어졌다. 조선해양·해양모빌리티·해사산업 등 해양수산 전반에 AI를 접목한 해양AX 혁신 사례가 청중과 공유됐다.
“해양 과학에 대한 지원, 미래 투자로 봐야” [제20회 세계해양포럼]
제20회 WOF 마지막 날인 5일, 국제기구의 해양 관련 특별세션이 열렸다. 유네스코-IOC(유네스코 산하 정부간 해양학위원회)의 해양과학 특별세션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해양경제 특별세션이다. 유네스코-IOC 세션에서는 지속가능한 해양 경제를 위해선 해양 과학에 대한 지원을 단순 ‘비용’이 아닌 미래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줄리안 바비에르 유네스코 정부간 해양학위원회(IOC) 유엔 해양과학 10개년 계획 총괄국장은 “해양 과학은 금융 조달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투자를 이끄는 필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바비에르 총괄국장은 “해운, 수산업, 해상 에너지, 양식업 등 지속가능한 해양 경제는 과학적 지식과 데이터, 관측 인프라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8년 부산에서 열리는 제4차 유엔해양총회(UNOC-4)가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인 정책 수립과 대규모 재정 투입 약속을 이끌어낼 결정적 계기가 될 것임을 짚었다. 그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해양 연구 데이터를 하나로 묶어 정부와 투자자가 정책을 수립하거나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해법으로 발전시켜야 해양 과학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뒤이어 열린 OECD 세션에서는 어업, 해운, 조선 등 전통적인 산업을 넘어 해양 에너지, 해양 관광, 첨단해양기술 등 다양한 관련 산업으로 측정 가능한 해양산업 통계를 국제적으로 확보하고 비교 분석을 통해 글로벌 해양 정책 수립 등에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논의가 이어졌다. 클레어 졸리 OECD 과학기술총국장은 “2016년 서울에서 ‘해양경제 2030’이 출범했고, 2025년 ‘2050 해양경제’ 보고서에 이어 올가을 격년 보고서 ‘해양경제 한눈에 보기(The Ocean Economy at a Glance) 2026’를 내놓는다”면서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해양경제의 총부가가치는 약 3.5조 달러로 프랑스 경제 규모와 맞먹는다”고 전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장정인 박사는 해운·항만, 조선, 수산업, 해양관광 등 여러 산업에 흩어진 해양수산 관련 경제활동을 한데 묶어 생산과 고용 규모를 파악하는 통계인 ‘해양수산 위성계정’ 구축 사업 추진 현황을 공유했다.
“청년 세대 주도적 참여·AI 신기술 활용 중요” [제20회 세계해양포럼]
글로벌 해양 리더들이 지속가능한 해양경제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청년 세대의 주도적 참여’를 꼽았다. 기성 시스템 답습을 넘어 AI 등 신기술을 활용해 미래 해양 정책과 산업을 직접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0회 세계해양포럼(WOF) 마지막 날인 5일 오전 10시 지속가능한 바다를 위한 청년 세대의 비전을 논의하는 ‘글로벌 오션’ 세션이 열렸다. 이날 세션에는 UN 유일의 해양과학 전담 기구인 ‘유네스코 IOC(유네스코 산하 정부간 해양학위원회)’와 해양경제·정책 연구를 총괄하는 ‘OECD 과학기술혁신국(STI)’ 관계자가 참여해 미래 세대의 구체적 실행 전략을 제시했다. 앨리스 클라우젠 유네스코 IOC 해양과학 10년 부조정관은 청년층의 실천적 역할을 역설했다. 클라우젠 부조정관은 “단순한 문제 제기나 경고에 그치지 않고, 지식·기술·현장을 융합한 실용적 해법을 직접 도출해야 한다”며 “기존 시스템에 안주하지 말고 AI 등 신기술로 새로운 기회와 시스템을 설계해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졸리프 OECD STI 해양경제그룹 정책자문관은 질적 성장을 위한 미래 인재의 역할을 짚었다. 졸리프 자문관은 “자본과 노동 투입에만 의존하던 기존 성장 방식은 한계에 달했다”며 “기후위기 대응과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한 생산성 혁신이 없으면 해양경제는 후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 4일 열린 ‘WOF 청년 해커톤(Ocean 20 Challenge)’ 시상식도 진행됐다. 이번 대회 본선에는 지원한 45개 팀(172명) 중 선발된 14개 팀이 진출해 해양 산업과 환경 난제를 해결할 혁신 해법을 두고 열띤 경쟁을 펼쳤다. 대상은 복잡한 해양과학 데이터를 친숙한 모바일 육성 게임 형태로 풀어내 일상 속 해양 시민과학의 문턱을 크게 낮춘 ‘바다를 ARGO 싶어’ 팀에 돌아갔다. 최우수상은 해양생물의 영양 가치와 멸종 위험도를 종합해 ‘지켜야 할 자원’과 ‘활용 가능한 자원’을 가려내는 맞춤형 판별 지도를 선보인 ‘Alt F4’ 팀이 차지했다. 우수상은 해양 탄소 순환 관리 및 연안 감축 최적화 솔루션을 제시한 ‘PKNU CMC’와 북극항로 종합 경제성·리스크 가치평가 모델을 제안한 ‘Arctic Valuator’ 팀이 각각 수상했다. 항만 기반 해양오염원의 선제적 관리 방안을 제시한 ‘포트가드(PortGuard)’ 팀은 특별상을 받았다.
청해부대 호르무즈 가깝게 작전구역 확대…대미 설득 카드 될까
정부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의 임무 구역을 호르무즈해협과 좀 더 가까운 오만 남방으로 확대키로 했다. 국방부는 5일 청해부대 임무 구역 확대 및 추가 자산 파견 등을 내용으로 하는 파견 연장 수정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견 연장안은 이날 차관회의를 통과했으며 다음 주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청해부대는 2009년부터 해적이 출몰하는 아덴만 해역에 파견돼 우리 선박 안전호송과 안전항해를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올해 말까지 효력이 남은 기존 파병 연장 동의안에는 청해부대 파견 해역이 ‘아덴만 해역 일대’로 돼 있는데, 이를 오만 남쪽 외해까지 넓히는 것이 새 연장안의 골자다. 이에 따라 청해부대 임무 구역은 기존의 배 가량 늘어나 호르무즈해협과 직선거리로 650㎞ 떨어진 오만 두큼항 남단까지 확대된다. 임무 지역 확대와 함께 최신예 해군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 1대, 무인잠수정(UUV)·무인수상정(USV)·수중무인탐사기(ROV) 등 무인 소해전력과 이를 운용할 폭발물처리반(EOD) 등 전력도 보강된다. EOD와 무인 소해장비 파견은 미·이란 종전 이후 국제사회의 호르무즈해협 기뢰제거 작전 참여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목적도 있다. 호르무즈해협 안정화를 위한 군사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사실상 첫 번째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청해부대 임무·전력 확대를 추진하는 주요 이유로 홍해 일대 분쟁에 따른 국제 해상전력 공백과 이에 따른 해적 활동 증가를 들었다. 그러면서 임무가 확대된 청해부대는 전쟁에 절대 관여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호르무즈해협 안정을 위한 우리 정부의 군사적 기여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미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청해부대 임무 확대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은 이날 “사실상의 우회 파병 시도”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작기소 특검법’ 본회의 올린 與, ‘필버’ 가동한 野…정국 다시 극한 대치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에 나서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면서 정국이 다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에 이어 하루 만에 본회의 상정을 밀어붙였고, 국민의힘은 특검법을 ‘반헌법적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며 장외 투쟁까지 예고했다. 820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하면서 특검법 대치가 예산 정국에도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은 5일 국회 본회의에 조작기소 특검법을 상정했다. 당초 민주당은 특검법을 포함해 6개 법안 처리를 추진했지만,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과 초광역특구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 조작기소 특검법 3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을 제외한 두 안건 표결에 불참했다. 김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은 투표수 167표 중 찬성 166표, 무효 1표로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이 상정되자 곧바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는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필리버스터는 시작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범여권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만큼 민주당은 종결 표결을 거쳐 6일 오후 특검법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3대 특검과 2차 종합특검, 쿠팡 상설특검, 선거관리위원회 특검에 이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7번째 특검이 된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전 규탄대회를 열고 총력 저지에 나섰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대통령이 받아야 할 재판을 없애버리기 위한 특검법, 헌정사상 최악의 악법을 민주당이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이 특검법은 대통령 한 사람의 재판을 없애버리기 위해 국회 입법권을 동원하는 최악의 권력남용 기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 국회는 죽었다. 집권여당은 대통령의 범죄를 없애주는 흥신소로 전락했다”고 직격했다. 의원들은 ‘공소취소 특검법 독재완성 마지막 퍼즐’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 재판취소 조작특검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에도 나선다. 6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 집회를 시작으로 7일 서울 경복궁역 앞 장외집회, 9일 청와대 앞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1인 시위를 추진할 계획이다. 10일에는 청와대 앞 현장 의원총회 개최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반헌법적 의회 쿠데타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국회에서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현장에서, 지역에서 분노한 국민과 함께 저 무도한 범죄집단의 독재 권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더해 정기국회 법안 처리 절차 전반에 대한 보이콧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물러서지 않았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헌정질서를 유린한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이를 모르는 체하고 덮고 가자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그토록 문제 제기한 공소취소권은 깨끗이 들어냈다. 공소취소권뿐만 아니라 특검 이첩 요구권까지 저희가 삭제하지 않았느냐”며 “그럼에도 앵무새처럼 공소 취소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야당 필리버스터에 대해서도 “으름장을 놓는다고 저희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검법이 범여권 주도로 처리되면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 내 예산안 처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3억 들여 오염토 준설했지만 ‘용호만’ 악취 그대로
속보=부산 남구 용호만 일대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억 원을 들여 오염 퇴적토를 준설(부산일보 3월 20일 자 8면 등 보도)했지만, 냄새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전후 악취 조사에서도 별다른 변화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악취 원인 파악과 함께 악취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남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지난 4월 용호천 일대 준설 공사에 착수해 지난 8월 마무리했다. 부산시 지원금 3억 원을 투입해 용호동 이기대어귀삼거리 인근 길이 135m, 폭 7.7~17.1m 구간에서 퇴적물 394t을 걷어냈다. 용호만 일대는 1960년대 대규모 매립 이후 철강 공장이 들어선 뒤, 현재는 아파트 단지가 조성됐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인근 좁은 수로를 통해 흐르는 용호천이 그대로 남았는데, 해마다 악취로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친다. 당시 남구청은 준설 전후 악취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비교하면 고질적인 악취 원인을 가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공사 전후로 실시한 조사에서 악취 정도에 큰 차이는 없었다. 이번 준설에서 악취 감소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것이 구청 설명이다. 공사를 마쳤지만 지난달에 접수된 악취 민원만 3건이다. 지난달 29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용호천 일대 약 500m를 살펴보는 동안에도 하수 냄새가 났다. 수면에는 쓰레기 등 부유물과 버려진 듯한 밧줄도 보였다. 용호동 주민 임채오(69) 씨는 “이제는 용호천의 악취가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라며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는 악취가 더 심하다”고 호소했다. 악취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구청은 길고 좁은 수로에서 해수가 장시간 정체되기 때문에 악취가 난다고 보고 있다. 또는 육지에서 유입된 오염물질과 폐수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최근에는 용호천이 있는 분포로와 용호만 인접 광안대교를 지나는 차량에 의한 분진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단순히 준설만 할 것이 아니라 오염 원인 차단과 수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의대 정병길 환경공학과 교수는 “조류가 약하고 유속이 느린 곳에서는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미생물 분해로 황화수소와 암모니아가 발생해 악취가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하수관로 정비로 오염 물질 유입을 줄이고 빗물에 따른 오염을 막을 저감시설도 설치해야 한다”며 “하천 상부와 주변 하수관로를 대상으로 황화수소 등 악취 물질을 측정하면 악취가 어디서 발생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청은 관계 기관과 원인 조사를 이어가 개선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남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아직 악취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해 현장 조사를 지속하고 있으며 부산시, 해수청 등 기관들과 대책 회의를 통해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재량·이채원 기자 ryang@busan.com
밀양하수처리시설, 기준 초과 방류수 배출
밀양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법적 수질 처리 기준치를 초과한 방류수가 부산·경남 식수원인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과 예정인 과징금만 최소 4000만 원대로 파악됐다. 5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밀양공공하수처리시설은 지난 9월 분기당 한 번인 정기 점검에서 방류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초과 사실이 적발됐다. 밀양공공하수처리시설의 일일 방류수 BOD 부하량은 122.02kg이다. 법적 기준치는 90kg이다. BOD는 미생물이 일정 기간 물 속 유기물을 분해할 때 사용하는 산소의 양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밀양공공하수처리시설에 하루 9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점검일부터 개선 완료일까지 하루 약 9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누적 과징금은 현재까지 4000여만 원이다. 밀양공공하수처리시설은 앞서 2017년에도 부하량 초과로 과징금 7886만 원이 부과됐다. 밀양시 상남면에 설치된 밀양공공하수처리시설은 지난 8월 일일 평균 3만 8137㎥의 하수를 유입해 3만 5638㎥를 방류했다. 일일 유입량만 밀양시 전체 하수 85% 수준이다. 일일 3만㎥인 처리용량도 18% 이상을 넘긴 수준이다. 밀양공공하수처리시설을 관리하는 밀양시설관리공단은 일일 처리용량 초과 유입으로 방류수 BOD 부하량이 초과한 것으로 파악한다. 오염원을 분해하는 장치 노후화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시설 정비나 초과 유입 원인 해소에 다소 시일이 걸리는 탓에 낙동강 방류수 유입이나 과징금 누적 문제도 당분간 지속할 수밖에 없다. 밀양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노후화 시설은 교체 기간 과징금 유예 검토를 신청하고, 초과 유입은 원인을 파악해 대응 중이라 곧 낙동강유역환경청에 개선 완료를 통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노후화한 시설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밀양시와 밀양시의회도 최근 밀양공공하수처리시설을 방문해 조처 현황을 파악했다.
관광객 증가 황령산, 재래식 화장실부터 정비한다
새로운 야간 관광 명소로 급부상한 부산 황령산이 시설 현대화의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황령산 현장을 찾은 전재수 시장이 지금껏 남아있던 재래식 화장실 3곳을 친환경 시설로 전면교체하기로 하면서 시설 보수를 넘어 인프라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시장은 5일 민선 9기 ‘206개 읍·면·동 현장 소통 프로젝트’의 5번째 일정으로 연제구와 부산진구를 방문했다. 이날 전 시장은 황령산 정상 체육시설을 찾아 시민들로부터 불편 사항을 직접 청취했다. 시민들은 “황령산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지만 화장실 등 시설이 낙후해 관광객에게 보여주기에 부끄럽다”고 전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크게 증가했지만, 기본 시설은 낙후돼 있다는 지적이다. 산 속에 있는 시설 특성상 관리가 쉽지 않은 데다 재래식 화장실 특유의 악취로 불편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전 시장은 황령산 일대 화장실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즉각적인 개선을 약속했다. 전 시장은 “아직 황령산에 재래식 화장실이 있다는 보고를 듣고 놀라 전수조사 한 결과 3개 구에 걸쳐 14곳의 화장실이 있고 이 중 3곳이 재래식이란 사실을 확인했다”며 “즉각적인 예산 투입을 통해 황령산 재래식 화장실을 전부 친환경으로 교체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단순한 화장실 교체만으로 황령산의 관광객 불편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불만은 여전하다.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탄 봉수대에는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망대로 향하는 길목에는 다국어 안내판과 이동 동선 안내가 부족한 형편이다. 이날 전 시장이 황령산 화장실 뿐 아니라 봉수대 영문 안내판 등을 함께 살핀 이유다. 황령산 봉수대까지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져 관광객 상당수가 택시를 이용 중인만큼 주차장과 보행로, 전망시설 등을 개선하는 동시에 접근성도 풀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돌아갔다. 이날 전 시장은 연제구에서는 온천천 이섭교 보수·보강, 국민체육센터 다목적체육관 바닥 교체 현장을 살폈고, 서면 전포사잇길에서는 명품 도로 조성을 위해 예산 지원 등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전했다. 전 시장은 “주민 불편이 있는 곳이라면 동네 구석구석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생활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계엄 사과’ 두고 찬반 분분한 국힘…정점식 선택은
12·3 비상계엄 2주년을 한 달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가 ‘대국민 사과’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쟁으로 시끄럽다. 사과를 검토 중인 정점식 원내대표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앞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지난 2일 일부 언론에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상계엄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다가오는 총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정 원내대표가 ‘통렬한 반성’의 뜻을 담아 다시 한번 국민께 사과한다고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의 측근 인사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하실 것”이라고 밝혔고, 실제 구체적인 사과문 문안까지 검토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관련 보도가 나오자 원내 지도부 내에서도 “당 공식 입장이 아니다”는 반응이 나왔고, 당권파에서는 거센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정 원내대표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사과 문제가 내부 분열 요인으로 떠오르자 일단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은 5일까지 이어졌다. 재선의 박형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 “계엄에 대해서 저희들이 잘못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또 그걸 사과도 해왔다”면서 “앞으로 또 국민들이 원하신다면 저는 사과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국민들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두 번이 됐든, 다섯 번이 됐든 (사과를)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신동욱 최고위원은 전날 YTN라디오에서 “작년에 송언석 원내대표가 절절히 사과를 하셨다. 올해 하면, 내년 원내대표도 또 해야 되느냐”면서 “국민들이 (사과를)원하는지 저희가 지금부터 평가해 봐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강경 성향인 이진숙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는 건 민주당과 좌파 진영의 프레임”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특히 “사과는 당사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당내 기류에 따라 정 원내대표도 대국민 사과 실행 여부를 두고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친윤(친윤석열)계이지만 지난 6월 취임 이후 당권파의 ‘부정선거론’ 등과 거리를 두면서 차별화 행보를 보였던 정 원내대표의 대국민 사과 여부는 장동혁 체제에 대한 잠복된 갈등, 총선을 앞두고 당내 노선 투쟁을 재점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4선의 당 중진인 김태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헌정질서가 흔들리는 이때, 반헌법적 거대 권력에 맞서겠다면서 우리 안의 갈등 하나 넘어서지 못해서야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겠느냐”면서 지도부를 향해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복당을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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