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설계 '더베이 101' '부산현대미술관'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

입력 : 2019-06-20 14:30:44 수정 : 2019-06-20 17: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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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코, 동백섬 누리마루, 부산시청, 더베이 101, 부산시립미술관…'

이름만 대도 금방 아는 부산을 대표할만한 건축물들이다. 부산의 대표적 건축 설계사무소 '일신설계'의 작품들이다. 일신설계는 1977년 1인 회사로 시작해 올해로 42주년을 맞이해 역사적으로도 기반이 탄탄하다. 이용흠 회장은 하나의 가치관을 공유하면 한마음의 경지가 된다는 '일신일심'의 일념으로 회사를 일신설계라 이름 지었다. 이 회장은 부산건축의 1세대라 불리며 부산과 경남 일대에 큰 족적을 남겼다.

지난 40여 년 동안 프로젝트 계약 건수만 650개가 넘어 해마다 16개 이상의 건축물을 설계 했다. 당선과 설계가 안 된 것까지 합치면 1000개는 족히 넘는 셈이다. 대표적 설계 작품 중 몇 군데를 추려 숨겨진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 '더베이 101' 너의 이름은…

한 여름 밤의 '더베이 101'을 가 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이 항상 북적이고, 마린시티 야경을 배경 삼아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한 지 이미 오래다. 더베이 101은 일신 서울사무소 소속 이호범 건축가의 작품이다. 이용흠 회장의 아들인 그는 미국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시카고에 위치한 설계사무소에 근무를 하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부지는 원래 동백섬과 해운대 사이에 만(灣)이 형성되어 배들의 정박이 가능했던 운촌항이 있던 곳이다. 프로젝트의 초기 시작인 해운대 운촌마리나 사업은 해양수산부의 '거점형 마리나항만 개발사업' 중 하나로 국제요트클럽과 해양레저시설 및 부대 서비스 시설들이 들어서 활성화되는 것이 목표였다. 더베이 101이라는 이름은 이곳이 원래 운촌항(bay)이 있었던 자리라는 점에 착안해 붙여진 이름이다.

주변의 고층건물과 달리 더베이 101은 저층으로 건축됐다. 이는 오히려 주변 고층 타워와 대조를 이루면서 더욱 사랑받는 장소로 거듭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건물을 바다에 붙여서 만들 수도 있었지만 바다와 거리를 충분히 두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포토존이 형성됐다. 해운대와 광안리 양쪽을 아우르는 바다, 그리고 마린시티의 조합이 제공하는 수려한 경관의 위치 선정도 탁월했다. 이런 이유로 건물 형태가 비교적 단순하지만 오히려 개성 있고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공간에 대한 긴: 생각 '부산시립미술관'

'선견지명'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축물이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은 1993년 현상설계에서 일신설계가 당선되었고, 94년에 착공하여 1998년 개관한 작품이다.

시립미술관이 추진될 당시 부지는 해운대 입구, 수영만 근처로 대중의 접근이 불리한 부산 변두리에 위치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 해운대 지역은 이전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고, 지금의 부산시립미술관 위치는 도시 주변부라고 평가할 수 없는 지위를 얻게 됐다. 미리 앞을 내다본 좋은 안목 덕분이다.

■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한 '부산현대미술관'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은 설계를 하면서 자연과 건축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도 있었다. 부지 주변 일대가 철새도래지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상황이었고, 대상지에 건물을 지으려면 하천구역을 해제해야 했다. 또 대상지가 자연녹지지역이라 지상 3~4층 이상으로 지을 수 없는 한계도 직면했다.

그런 와중에도 자연과의 조화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미술관의 외장을 살아있는 식물을 이용한 수직정원으로 꾸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색상도 주변의 자연을 거스르지 않도록 자연의 색과 유사한 갈대의 색상을 사용했다. 공공의 윤리를 생각하는 건축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일신이 만든 여러 얼굴 '태화쇼핑' '오륙도 SK뷰 아파트'

부산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만남의 장소,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서면 쥬디스 태화의 전신도 일신설계의 작품이다. 일신이 지은 상업건축 영역 프로젝트로 1977년 창립 이후 수주한 첫 대형 프로젝트가 바로 '태화쇼핑'이다. 이 건축물은 당시(1983년) 전통시장으로 대표되던 서면 일대의 상업적 환경을 고급스러운 쇼핑몰로 바꾼다는 목표로 설계 되었다.

일신이 지은 작품 중에는 공공적 영역 이외에도 공동주택의 영역이 있다. 대표적으로 부산시 남구 용호동 끝자락에 위치한 '오륙도 SK뷰 아파트'다. 오륙도에 인접한 해안부지는 해안경관을 훼손하지 않도록 자연 녹지지역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최소한의 개발만 허용하기로 허가 받았다. 천혜의 경관을 보유한 주거지라는 수식어답게 바다를 위한 조망을 우선하여 단지배치 했기 때문에 어디에서도 바다조망이 가능하게 되었다.

■ '건축'은 시대를 담는 그릇

건축가는 빠르게 변하는 디자인 건축 트렌드에 대해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이 회장은 "한국적 풍토에서의 건축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한다"고 했다. 근대 건축 이후 건축사적으로 봤을 때 어느 때보다 빠르게 급변하는 시대지만, 한국풍토에 맞게 개선한 건축물들이 분명 경쟁력이 있다고 힘줘 말한다. 우리만의 개성을 살릴 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건축은 '시대를 담는 그릇' 이죠." 건축가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묻자 이 회장은 건축에 대한 정의부터 내렸다.

"건축은 완료되는 순간부터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공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설계에서도 공공의 목적을 생각해야 해요. 이러한 측면에서 항상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또한 그 부분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의 말에서 건축가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개별 건축으로 공간의 의미를 한정 짓지 않고 자연과의 맥락, 도시 전체의 맥락, 나아가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이 여실히 전해진다. 그간 설계 해왔던 일신설계의 작품에서도 그러했으리라.

글=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카드뉴스=이민경 부산닷컴 기자 loo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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