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판 순장? 부산시 기관장 무더기 교체 현실로

입력 : 2026-06-09 18:52:18 수정 : 2026-06-09 18: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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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유예 조례 개정 시도 불발
신임 시장 임기 맞춰 7월 시행
12개 산하 기관장 교체 불가피
“대규모 행정 공백 어쩌나…”
후임 인선 속도 내기가 ‘관건’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2일 오후 부산 사하구 하단오일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2일 오후 부산 사하구 하단오일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이른바 ‘순장조 조례’로 불리는 부산시 출자·출연기관장 임기 일치 조례가 오는 30일 처음으로 적용된다. 내달 1일 취임하는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행정 공백을 우려해 개정안 긴급 발의를 준비했지만 무산됐다. 부산시 산하기관장의 무더기 공석 사태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9일 부산시와 당선인 측에 따르면 내달 1일 전 당선인의 임기 시작에 맞춰 오는 30일 부산시 산하기관 12곳의 기관장과 임원 등 88명이 한꺼번에 물러난다. 이는 지난 2023년 제정된 ‘부산시 출자·출연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조례’에 따른 절차다. 해당 조례는 시장이 교체될 경우 시장 임기 종료일에 맞춰 기관장과 임원의 임기도 함께 종료되도록 규정했다. 2023년 국민의힘 이종환(강서1)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조례안은 시장 교체기 '기관장 알박기'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임 시장이 사퇴 직전에 임명한 기관장을 두고 빚어지는 인사 갈등을 방지하자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한꺼번에 기관장 교체로 행정공백이 우려되자 지난 4월 조례안을 개정하자는 한 차례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시장 선거 과열로 시의회 내에서 여야 간 소통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조례안은 원안 그대로 현재까지 이어졌다.

전 당선인이 당선 직후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이번 주 당선인 측이 개정안 긴급 발의에 나서기도 했다. 남은 임기와 관계 없이 새 시장 임기 시작일로부터 3개월이 지난 날에 기관장 임기를 종료하는 식으로 ‘옵션’을 두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시도는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불발됐다. 이 조례안의 상임위는 기획재경위원회다. 긴급 안건을 발의하려면 시의원 10명의 동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기재위 의원 중 민선 9기에 생환한 의원은 국민의힘 김태효, 서국보 의원이 전부다. 모두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어렵게 10명의 동의를 받는다고 해도 안건을 위해 별도의 상임위를 구성해야 한다. 인수위는 임기 종료일인 30일까지 3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출자·출연기관장은 내달 1일부터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문화재단 등 일부는 소관 실·국장이 기관장 권한을 대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기관장과 임원 인선에는 최대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기관별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공고와 지원서 접수, 서류·면접 심사, 후보자 추천, 인사 검증 등의 절차를 거친다. 신용보증재단과 테크노파크, 경제진흥원 등 인사청문 대상 기관은 시의회가 새로 꾸려진 뒤 이들과의 청문 절차마저 거쳐야 한다.

12개 기관이 동시에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는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부산시 관계자는 “당장 기관 운영이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후임 인선을 얼마나 신속하게 마무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20일 안에 인수인계를 마쳐야 하는 산하기관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조례안 개정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100일 안팎의 추가 시간을 기대했던 터라 당혹감도 적지 않다. 기존 업무에 임원추천위원회와 모집공고 등의 부담까지 지게 됐다.

이달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한 기관장은 “임명된 지 불과 6개월 된 기관장도 있는데 다들 지금 짐 쌀 준비한다고 정신이 없다”며 “수장 공백으로 인해 기관이 겪을 혼란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