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이 경찰 이인자 격인 경찰청 차장으로 발탁됐다. 줄곧 기본과 원칙을 소신으로 강조했던 까닭에, 경찰청장 장기 공백 속 부실 수사·사건 처리 등 해이한 조직 기강을 바로잡을 적임자로 낙점됐다. 검찰청 폐지로 경찰 권한이 커질 시점에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어깨가 더욱 무겁다.
김 차장은 2일 오전 경남경찰청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곧바로 서울로 이동했다. 김 차장은 지난 1일 한밤에 치안정감·치안감 25명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전보 인사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신임 경찰청 차장으로 임명됐다. 지난달 치안정감·치안감 승진 내정 후속 보직 인사다. 치안정감은 치안총감인 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이다.
경찰청장 자리가 공석이라 김 차장은 직무대행을 맡는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조지호 청장이 긴급 체포된 이후 세 번째 경찰청장 직무대행이다.
김 차장은 대구·대전·충남경찰청에서 공공안전부장을 지내고 경찰청에서 외사과와 정보과를 거쳐 실무에 밝은 ‘정보통’으로 분류된다. 문재인 정부 시기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근무했고, 이재명 정부에서는 국정기획위원회에 파견됐다.
실무적으로는 기본과 원칙을 앞세운 조용한 통솔력으로 주목받았다. 경남경찰청장으로 취임할 당시 김 차장은 “기본과 원칙을 소홀히 해 국민 비난을 받은 적이 많았던 만큼,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임 초반 출퇴근길 상습 정체 개선 등 역점 사업을 강조하는 다른 시도경찰청장과는 달리 “효능감 없는 치안 시책을 새로 발굴하거나 현장과 동떨어진 목표는 제시하지 않겠다”며 ‘힘 자랑’을 경계하는 신중한 모습도 내비쳤다.
기본과 원칙을 강조하는 소신과 함께 경남경찰청 공직기강 해이 등 산적한 현안을 수습한 면모도 신임 차장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경남경찰청장 부임 직후 국정감사에서 부실 수사·압수물 도난 등 전임 시기 발생한 잇단 실책이 뼈아픈 질타로 이어졌지만 두루 수용하면서 무난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차장은 장윤기 사건 부실수사,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등 조직의 직무 비위가 전국에서 잇따르는 상황에서 공직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최근 경찰의 기강 해이 및 치안 사건에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며 지휘 책임을 강조한 만큼 김 차장 역할에 더 기대가 집중된다.
다음 달 2일 검찰청 폐지를 한 달 앞두고 경찰의 권한 비대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김 차장이 제 역할을 해낸다면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직행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김 차장은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에 올랐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도 2022년 경찰청 차장에서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거쳐 치안총감으로 승진해 경찰청장 자리에 오른 바 있다.
경찰 조직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김 차장은 이날 취재진에 “국민 불신이 임계점을 넘어선 것 같아 걱정이 많다”며 “큰 지향점에 도달하고자 조직원을 잘 다독이고 이끌어가는 것이 숙제”라고 소감을 말했다.
경찰 권한 비대화 우려에는 “국민 불편과 불안을 최소화하는 문제에 조직 명운이 걸렸다”며 “최선을 다해 그런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주어진 소임을 다하려면 기본과 원칙이 가장 필요하다”며 재차 소신을 강조했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