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양대 조선소 부산 설계인력 확대에 뿔난 거제시 “전면 재검토 하라”

입력 : 2026-09-02 18:15:54 수정 : 2026-09-03 07: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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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용 시장 2일 긴급 기자회견
삼성중-부산시 신규채용 MOU
2030년까지 130명 추가 채용
시설 임차료·설비 투자비 지원
변 시장 “청년 유출 가속 우려”

변광용 거제시장은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양대 조선소가 부산 지역 설계센터에 대규모 인력을 추가 채용하기 위해 부산시와 업무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거제시 제공 변광용 거제시장은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양대 조선소가 부산 지역 설계센터에 대규모 인력을 추가 채용하기 위해 부산시와 업무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거제시 제공

“양대 조선소 뿌리는 거제다. 인재 역외 유출 즉각 중단하라.”

경남 거제시에 사업장을 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인접한 부산을 설계·연구개발 분야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전진기지로 확장하는 구상을 본격화하자, 발끈한 거제시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핵심 기능과 인재가 빠져버리면 조선 산업 메카를 자부해온 거제가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 있는 데다,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층 유출까지 가속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양대 조선소가 부산 지역 설계센터에 대규모 인력을 추가 채용하기 위해 부산시와 업무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거제의 미래가 걸린 일이며, 거제시장으로서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운을 뗐다.

거제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3일 부산시와 부산R&D센터 설계인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삼성중공업은 2023년 12월 48억 원을 투자해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에 1700㎡ 규모 R&D 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현재 175명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초고부가 해양플랜트인 ‘부유식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Floating Liquefied Natural Gas) 수주 증가로 해양 부문 설계 인력이 부족해지자 2030년까지 130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에는 이에 대한 부산시의 인센티브가 담긴다. 2년간 시설 임차료 34억 원과 설비 투자비의 30%(한도 50억 웍) 그리고 신규 인력 5년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인당 500~1000만 원을 지원하는 조건이다.

180명 수준의 부산설계센터를 운영 중인 한화오션도 비슷한 조건으로 부전동에 새 센터를 마련해 2029년까지 400명을 추가 채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게 거제시 설명이다.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삼성중공업 R&D센터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삼성중공업 R&D센터 모습. 부산일보DB

변 시장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 인재 확보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생산 기반인 거제를 두고 인력과 일자리가 계속 빠져나가면 거제는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청년인구 유출을 부추기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상대적으로 정주여건이 뛰어난 부산 거점을 키울수록 양질의 일자리와 함께 청년까지 함께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설계와 생산은 분리될 수 없다. 현장과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설계 업무는 거제 사업장에 우선 배치하는 게 생산 효율을 높이고 기술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며 “부산시와 추진 중인 업무협약을 전면 재검토하고 신규 인력은 생산 현장이 있는 거제에 우선 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에 필요한 주거와 교통, 교육, 문화, 의료 등 정주여건 개선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무공간, 교육훈련, 대학 연계, 노동자 정착 지원 방안까지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부산센터 확장이 불가피하다면 거제 사업장 직영 인력 확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변 시장은 “유출에 준하는 수준에서 생산직 균형 맞춰져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확대는 무의미하다. 내국인을 늘려야 한다. 직영 채용은 지금도 희망자가 줄을 섰다”며 “이제는 조선소가 답할 차례다. 지역 사회 요구에 책임 있는 답변과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양대 조선소가 부산 지역 설계센터에 대규모 인력을 추가 채용하기 위해 부산시와 업무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거제시 제공 변광용 거제시장은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양대 조선소가 부산 지역 설계센터에 대규모 인력을 추가 채용하기 위해 부산시와 업무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거제시 제공

기업 경영진을 향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변 시장은 초선이던 2021년, 수주 절벽과 해양플랜트 부실로 양대 조선소가 나란히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해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자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 모델’을 도입했다.

일감이 바닥나 대규모 실직 위기에 처한 조선소 노동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거제시는 이를 근거로 경영안전자금, 고용유지장려금, 각종 세제 혜택에 740억 원 상당의 재정을 투입해 숙련 노동자 7000여 명을 지켜냈다.

양대 조선소가 당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 지역 사회의 희생과 헌신도 있었다는 점을 곱씹은 변 시장은 “우리는 공동운명체라 여겼는데, 경영진 생각은 다른가 보다”고 꼬집으며 삼성 이재용 회장과 한화 김동관 부회장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했다.

그는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찾겠다. 오너들이 구체적인 현장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직접 만나 지역과 대안을 찾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창사 이후 거제를 핵심 생산·기술 거점으로 삼아 지역과 함께 성장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부산R&D센터는 부산·경남권에 우수 인재와 대학, 기자재 등 산업 인프라가 집중된 강점을 활용해 동남권 조선·해양산업의 동반성장을 도모하려는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한화오션은 현재 검토 단계로 경남과 부산을 아우르는 동남권 우수 인력을 폭넓게 확보해 거제사업장의 생산·건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보완적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화오션은 “거제를 중심으로 경남과 부산의 조선업 역량을 연결하고, 동남권 조선업 동반성장을 견인해 나갈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