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부산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 부산일보DB
국가교육위원회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정규 수업 시간을 늘려 오후 3시에 하교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공론화에 나선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생기는 ‘돌봄 절벽’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돌봄 공백의 책임을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학교에 일방적으로 떠넘긴다”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오는 3일 국회도서관에서 국회미래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과 공동으로 ‘초등 저학년 교육 시간 확대와 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초등학생 오후 3시 하교’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핵심은 오후 1시 안팎인 초등학교 1·2학년의 정규 교육과정 시수를 늘려 하교 시간을 오후 3시 이후로 연장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하교 시간 연장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맞벌이 가정이 겪게 되는 돌봄 공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보통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오후 3~4시에 하교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하교 시간이 오히려 오후 1~2시로 대폭 앞당겨진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방과 후 비는 시간을 채우기 위해 아이를 여러 학원에 보내는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돌리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경력 단절을 택하는 실정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7월 발간한 브리프 ‘학령기 인구급감기 초등학교 저학년의 짧은 수업시간과 돌봄 공백 : 진단과 정책 제언’에 따르면 한국 초등학교의 연간 수업 시간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으며, 특히 학년이 낮을수록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고 밝혔다. 전학년 평균은 655시간으로 OECD 평균 845시간보다 190시간(약 22%) 적은데, 초1·2학년군은 581시간으로 OECD 평균 815시간보다 234시간(28.7%) 적어 격차가 가장 컸다. 초3·4학년군은 21.6%, 초5·6학년군은 17.7% 적어, 학년이 오를수록 격차가 좁혀지는 양상을 보였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하교 시간 연장에 앞서 사회 구조적인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아이를 학교에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을 넘어, 부모가 자녀를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기업과 사회가 유연근무제를 적극 도입하고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노동 환경을 조성하는 등 근본적인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논의가 현재 운영 중인 ‘늘봄학교’ 정책과 맞물려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방과 후 활동과 돌봄을 결합한 늘봄학교와 별개로, 아예 정규 수업 시간 자체를 늘리는 것은 교육과정의 전면적인 개편과 교원 수급 문제를 동반하는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부산교사노동조합 김한나 위원장은 “교육학적 근거 없이 단지 보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규 교육과정 시수를 늘려 아이들을 학교에 매어두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