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통영에 기록적 폭우 피해가 나자 곧바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창구가 열렸다. 보름가량 지난 시점에 거제와 통영 두 지역 합쳐 1억 1000만 원 넘게 모였다. 지난해 경북 산불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피해가 컸던 경북 영덕군과 의성군, 영양군이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 측과 손잡고 긴급 모금에 나섰고, 60일간 약 10억 원을 모았다. 산불이나 수해 같은 재난 피해 복구에 고향사랑기부제가 모금 창구 역할을 한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문제 해결사 역할도 하고 있다. 전남 곡성군은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으로 소아과 전문의를 구해 소아과를 열었다. 제주도는 ‘곶자왈을 살려주세요’ 기부 프로젝트로 전국에서 기부를 이끌어냈다.
전남광주특별시 남구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잘 활용하는 지자체로 유명하다. 전남광주 남구가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로 모은 기부금만 71억 3000만 원이었다. 참여자는 7만 명이 넘었다.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1위다. 사람들은 이 지자체가 만든 ‘장애인 풋살팀 운영’ ‘청소년 오케스트라’ ‘시간우체국’ 같은 사업에 공감하며 기부에 동참했다. 기부자가 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려준 덕분에 거둔 성과다. 모금 채널을 다변화한 것도 효과가 있었다.
독특한 아이디어가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는 일도 잇따른다. ‘벌초 대행’ ‘부모님댁 해충 방제’ ‘천하장사와의 식사권’ ‘유명 빵집 상품권’ ‘전복 쿠션’ 등은 듣기만 해도 기부에 참여하고 싶어질 정도다. 일부에선 외국산 원자재를 쓰거나 해외 생산 제품을 답례품으로 썼다가 망신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이 1500억 원을 넘어섰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23년(650억 원)과 비교하면 2.3배 늘었다. 2024년엔 879억 원이었다. 지난해는 경남 산청과 울산 울주, 경북 안동 등 산불 피해 지역에 기부가 집중되면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후 매년 늘던 모금액이 올해 상반기 298억 1000만 원으로 처음으로 줄며 변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고향사랑기부제 세액공제 한도를 20만 원으로 상향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최근 연 토론회에서는 전액 세액공제 한도를 20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10만 원 한도가 추가 기부를 막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향사랑기부제 원조 격인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가 지지부진하다가 2015년 공제한도를 두 배 늘린 뒤 도약한 일도 있었다.
김영한 논설위원 kim01@busan.com
김영한 논설위원 kim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