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에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운영사인 메타(Meta)는 미 48개 주 정부와의 초대형 소송 끝에 최대 180억 달러(약 25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합의금을 지급하고 청소년 보호 조치를 대폭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주 정부들이 메타를 상대로 법적 투쟁을 벌인 이유는 명확하다. 메타는 아동·청소년의 정신 건강 위험을 인지하고서도 이윤 창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중독을 유도하는 기능을 설계하고 방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메타는 청소년 계정의 하루 이용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고 심야 시간 접속 차단, 수업 시간 푸시 알림 금지, ‘좋아요’ 수 표출 제한 등 대대적인 플랫폼 개편을 약속했다.
이 거대한 판결과 합의 과정 뒤에는 자녀의 우울과 방황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거대 미디어 기업의 책임으로 물었던 부모들과 사회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미국 사회가 플랫폼 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엄중한 경종을 울리는 동안,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 청소년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서 스마트폰을 유일한 피난처이자 소통 창구로 삼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사이버 범죄와 유해 콘텐츠 노출 위험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학교 내 기기 사용 금지나 학부모 개인의 가정 내 통제에만 주로 의존해 왔다.
빅테크 기업들은 국내에서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한국 청소년을 위한 안전장치나 유해 환경 개선에는 지극히 소극적이다. 미국에 적용되는 강화된 보호 조치가 한국 청소년들에게도 동일하게 선제 적용될지 미지수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국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에 매서운 책임을 묻는 미국과 달리, 우리가 침묵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 자녀들은 글로벌 플랫폼의 알고리즘 실험실 안에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는 셈이다.
이제 한국 부모들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녀에게 가정 내 올바른 미디어 습관을 가르치는 ‘리터러시 교육’은 여전히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부모들이 연대하여 플랫폼 기업에 아동·청소년 보호라는 사회적 책무성을 강력히 요구해야 할 시점이다.
플랫폼 기업에 청소년 중독 유발 기능 삭제를 촉구하고, 연령 확인 강화 및 유해 환경 차단 시스템 구축을 압박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사회적 공론화를 끌어내야 한다. 자녀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기 위해 집안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대신, 아이들이 안전하게 거닐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라고 기업과 국가에 당당히 요구하자. 그것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부모들이 가져야 할 가장 확장된 의미의 ‘디지털 리터러시’이자 진정한 보호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