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차룰’ 위장 여중생 폭행… 검찰 보완 수사로 ‘집단 폭행’ 진실 밝혀졌다

입력 : 2026-09-16 1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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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단독 범행에다 쌍방폭행 처리 송치
검찰, 누락된 녹음파일 확보 3명 특수상해 기소
학폭위서 ‘쌍방폭행 가해자 처분’ 피해자 구제도

검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또래 여중생을 단독 폭행한 사건으로 마무리될 뻔한 경찰 수사가 검찰의 보완 수사로 3명이 공모한 ‘집단폭행’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가해 학생들이 처벌을 피하려고 ‘야차룰(신고하지 않기로 합의한 격투)’로 위장한 사실도 드러났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은윤)는 지난 15일 특수상해 혐의로 여중생 A(15)·B(15)·C(15) 양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월 25일 부산 사하구 괴정동 골목에서 D(14) 양을 위협하고, 일방적으로 폭행해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 양은 자신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일행 15명과 함께 D 양을 불러내 위력을 과시했다. B 양은 D 양에게 “싸움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요구하며 영상으로 촬영했고, “동의 영상을 남기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후 C 양이 D 양을 일방적으로 폭행했다.

애초 사하경찰서는 C 양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이 공모 여부 확인을 위해 보완 수사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C 양의 독단적 범행이라는 재송치 결과를 보냈다.

그러나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며 반전됐다. 검찰은 경찰 수사 기록에서 빠졌던 피해자의 녹음 파일을 재확보했다.

해당 녹음에는 A 양이 일행을 과시하며 피해자를 압박한 정황과 B 양이 D 양에게 ‘야차룰’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찍도록 유도한 내용이 담겼다. D 양 역시 “A 양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세 학생 모두에게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수사를 계기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기존 판단도 재검토하게 됐다. 학폭위 당시 폭행 영상이 제출되지 않고 진술 중심으로 심의가 이뤄져, 피해 학생까지 쌍방폭행 가해자로 처분된 사실이 파악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영상을 피해 학생 측이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근거로 기존 학교 폭력 처분에 불복하는 등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학폭위에는 동영상이 제출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새로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구제 절차를 안내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소된 학생들이 미성년자인 만큼 향후 사건 처리 방식은 법원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검찰이 형사 사건으로 기소했더라도 담당 재판부가 사건을 소년부로 보낼 수 있고, 일반 형사재판 절차에 따라 심리할 수도 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앞으로도 학교 폭력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를 엄단하는 한편 피해자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