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쇄빙연구선과 극지강국

입력 : 2026-09-17 18: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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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만들어진 대한민국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ARAON)’가 2009년 11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부설 극지연구소(소유·운영 주체)에 인도돼 그해 12월 18일 인천항에서 남극을 향해 출항했다. 아라온호는 첫 출항에서 1m 두께의 얼음을 깨며 항해하는 쇄빙 능력 실증 테스트 및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후보지 조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20여 개국만 보유하고 있던 ‘쇄빙연구선 보유국’ 반열에 올라 극지 연구 선진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세계적인 조선 강국이었지만 쇄빙선 설계·건조 경험이 전무했다.

이후 17년이 지난 2026년 9월 11일 경남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는 제2 쇄빙연구선인 차세대 쇄빙연구선 착공식이 열렸다.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 추진 10년 만인 지난해 7월 29일에야 한화오션과 지각 건조 계약을 체결한 이후 14개월 만이다.

해수부는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를 위해 2015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요청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후 2021년 예타를 통과해 극지연구소가 2022년부터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총사업비는 3176억 원.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총톤수 약 1만 6560t에 길이 140.8m로, 아라온호(7507t·111m)보다 규모가 크고 승선 인원도 100명으로 아라온호(85명)보다 많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이 예정대로 2029년 완공되면 2030년부터 정식으로 북극 연구에 투입된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이 운항되면 북극 연구(북극 고위도 전담)를, 아라온호는 남극 연구를 전담하는 ‘투트랙 체제’로 운용된다. 이 경우 남·북극 연구 항해 일수는 연간 약 85일에서 약 270일로 3배 이상 늘어난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아라온호보다 약 50% 향상된 쇄빙 능력을 갖추게 된다.

차세대 쇄빙연구선 준공 시 한국은 남극 2개(세종·장보고), 북극 1개(다산) 등 3개의 과학기지와 2척의 쇄빙연구선을 동시에 운영하는 ‘투트랙 체제’를 구축한다. 고위도 북극 연구의 주도권 확보, G7급 극지 연구 인프라 완성 등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정상급 극지 강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차세대 쇄빙연구선 사업의 차질 없는 완수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철저한 품질 관리 및 공정 준수 △예산의 안정적 증액 및 연차별 집행 △운용 인력 선제적 양성 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