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연구팀 북한 6차 핵실험 후 ‘잠자던 단층’ 움직임 규명…사이언스 게재

입력 : 2026-09-18 07:22:22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부산대 김광희 교수 연구팀
단층 미끄러짐 촉발 분석

부산대 김광희 교수팀이 북한의 핵실험이 단층의 움직임을 깨웠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부산대 제공 부산대 김광희 교수팀이 북한의 핵실험이 단층의 움직임을 깨웠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부산대 제공

북한 풍계리 만탑산 일대에서 2017년 발생한 6차 지하핵실험이 수십 년간 잠자고 있던 지하의 기존 단층대를 수년에 걸쳐 다시 깨웠다는 사실을 부산대학교 연구진이 규명했다. 지하핵실험 직후 발생한 지진 활동이 단기간에 잦아드는 기존의 일반적 양상과 달리, 만탑산 일대에서는 수년간 지진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며 단층을 따라 뚜렷하게 조직화됐다는 점에서 전 세계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 연구팀은 중국 청두이공대, 중국과학원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북한 만탑산 주변의 장기 지진활동과 단층의 점진적 재활성화 양상을 분석한 논문이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고 18일 밝혔다.

공동 연구팀은 한국과 중국 동북부 관측소에서 지난 17년간 축적된 연속 지진파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2006년부터 이어진 총 6차례의 북한 핵실험 중 가장 규모가 컸던 2017년 6차 핵실험 이후, 지진 활동이 잠잠했던 두 개의 북북서 방향 단층대를 따라 집중적으로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반복된 핵폭발이 지각 천부에 심각한 균열과 손상을 누적시켰고, 지하 암반의 응력이 재분배되는 과정에서 이미 임계 상태에 다다랐던 기존 단층의 미끄러짐을 촉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네바다나 옛 소련 세미팔라틴스크 등 기존 핵실험장 사례에서는 붕괴나 지진 활동이 수일에서 수주 내에 종료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이번 만탑산 연구는 핵폭발 이후에도 암반의 손상과 응력 변화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으며, 잠자던 단층이 며칠이 아닌 수년에 걸쳐 서서히 움직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인간 활동으로 촉발되는 지진 위험성에 대한 묵직한 경고를 담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김광희 교수팀은 지난 2018년에도 국내 최대 규모 피해를 낸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 유체 주입에 의한 촉발지진이라는 사실을 규명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핵실험 후 지진이 곧바로 잦아들지 않고 수년간 이어지며 단층을 따라 점차 뚜렷한 분포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포항과 풍계리는 지진 촉발 과정은 다르지만, 인간 활동이 단층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평가해야 함을 보여준다. 지하공간 개발 이전부터 운영, 종료 이후까지 체계적인 안전성 평가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