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을 숨긴 채 살아가던 소설가 제문재. 어느 날 자신의 얼굴을 한 채 재산은 물론이고 이름까지 앗아간 이가 등장하면서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전래동화 〈손톱 먹은 쥐〉를 모티브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물 '들쥐'의 플롯이다. 논리적 개연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들쥐'를 보다 보면, 최근 벌어진 이재명 정부 2기 개각 논란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의 민주주의 대전제이기도 한 헌법 제1조 2항은 선출직뿐 아니라 대통령이 지명하는 국무위원 또한 국민의 권력을 일시적으로 위임받은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 주말을 거치며 일단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이재명 정부 2기 개각에 포함된 인사들의 행태는 그러지 못하다. 국민 10명 중 7명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장관 겸직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관례를 깨야 한다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자리에서 버티다 여당 대표의 한마디에 자진 사퇴했다. 여기다 ‘가족 정당’이란 비판을 받은 기본소득당의 대표는 비례대표든 지역구든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며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이기까지 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가족 이야기까지 꺼내며 눈물을 보였지만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했다. 특히 청탁 의혹이 제기된 코로나19 치료제의 동물실험 자료가 조작됐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저는 문과라 치료제 성능을 잘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국민으로서 더욱 분통이 터지는 것은 각종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 바로 다음날 그를 적임자라고 치켜세웠고 이틀 차에는 단독으로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했다. 끝내 결국 그는 스스로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고 시인하며 물러났다. 그러나 김 후보자 또한 자신의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기밀 유출 전모를 밝히겠다”는 복수를 예고하며 기본소득당의 길을 걸었다.
"가짜가 되면 안 돼. 아무리 X같은 인생이라도 진짜로 살아야 돼". 자신을 되찾는 과정 중 조력자인 노자가 제문재를 다그치며 한 말이다. 대한민국은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에게 잠시 국민의 권한을 위임한다. 이 대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채 일부 극단 세력만을 대변하고 선동하는 '들쥐'를 방치한다면, 어느새 '들쥐'는 우리의 모습을 한 채 이름은 물론 모든 것을 앗아갈 것이다.
약 20일간 대한민국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던 이재명 정부 2기 개각 국면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뒤끝은 씁쓸하다. 우리 모두 가짜가 아닌 진짜로 살아야 하는 이유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