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항만공사 '4+1 통합'이어야 한다

입력 : 2026-09-20 18: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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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소장 한국해양대 석좌교수

자율성·전문성 없애는 단순 통합 안돼
투자, 항만 간 조정 등 필요성은 있어
한국항만공사와 4개 공사 존치안 제안
'없애는 통합' 아닌 '더하는 통합’돼야

최근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의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하는 방안이 발표되면서 해당 지역과 항만공사 구성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통합안에 의하면 기존 항만공사는 한국항만공사의 지사들이 된다. 독자적인 의사 결정권을 가지는 법인격이 없게 되므로 각 항만이 오랫동안 축적한 전문성과 자율성이 훼손될 것이다.

이번 공공기관 개편에서는 발전 5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발전 5사는 동일한 발전사업을 수행해 온 한전 자회사들이다. 그래서 조직을 줄이기 위한 통합이 가능할 것이다. 반면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은 각기 다른 지역경제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화물과 산업을 담당하면서 성장해 온 항만이다. 발전 5사의 통합 논리를 항만공사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항만공사 통합의 명분을 세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첫째, 필자는 모 항만공사 항만위원으로 재직했다. 당시 미국 항만의 컨테이너 터미널에 투자하는 방안이 논의된 적이 있다. 우리 선사와 화주에게 안정적인 해외 물류거점을 제공하고 우리의 공급망과 물류영토를 해외로 확장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개별 항만공사의 규모와 투자 여력에 한계가 있었다. 싱가포르의 PSA나 두바이의 DP World처럼 세계 주요 항만과 터미널에 진출하는 글로벌 항만기업과 경쟁하려면 충분한 자본력과 전문성을 갖춘 국가 차원의 항만기업이 필요함을 느꼈다. 세계 항만에 투자할 수 있는 규모 있는 국가 항만기업이 필요하다.

둘째, 국내 항만 간 경쟁을 넘어 국가 차원의 협력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각 항만공사는 관리하는 항만의 발전과 물동량 확대를 우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항만끼리 화물을 놓고 경쟁하기보다 각 항만의 장점을 살려 역할을 분담하고 공동으로 해외 항만과 경쟁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항만기업은 공동투자와 해외진출, 대규모 국제사업 등 개별 항만공사를 넘어서는 분야에서 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셋째, 항만공사가 없는 주요 국가항만에도 기업적 경영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포항은 우리 철강산업의 핵심 항만이며 앞으로 이차전지 소재, 동해안 에너지산업, 북극항로 등 새로운 물류사업과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포항항의 개발과 항만시설 투자는 정부가 담당한다. 그러나 포항항에는 항만을 하나의 사업체로 보고 새로운 물류사업을 발굴하고, 화물과 선사를 유치하며, 민간투자를 끌어들이는 기업적 기능을 전담하는 항만공사가 없다.

필자는 기존 4개 항만공사를 없애지 않고 그 위에 국가 차원의 ‘한국항만공사’를 두는 모·자회사형 통합을 제안한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항만공사는 각각 별도의 법인으로 존속시키고 한국항만공사의 자회사로 두는 것이다. 기존 항만공사의 사장과 조직, 항만위원회를 유지하여 각 항만의 전문성과 자율경영을 최대한 보장한다. 실제 항만 경영과 사업의 주체는 지금처럼 법인격을 가지는 지역 항만공사들이 된다.

한국항만공사는 해외 항만·터미널 투자, 대규모 공동 사업, 항만 간 전략적 조정 등 개별 항만공사가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국가적 사업을 담당해야 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항만공사가 없는 국가전략항만을 새로운 지역 항만공사로 키우는 역할이다. 포항과 같은 주요 항만에서는 처음에는 한국항만공사가 직접 사업주체가 되어 새로운 물류 사업을 발굴하고 화물과 선사를 유치하며 민간투자를 끌어들이도록 한다. 이후 물동량과 사업 규모가 커지고 독립적인 경영 기반이 갖춰지면 포항항만공사와 같은 새로운 지역 항만공사를 설립하여 한국항만공사의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처음에는 ‘4+1’ 체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5+1’ 체제로 발전할 수 있다. 통합이 조직을 줄이는 수단이 아니라 대한민국 항만산업을 확대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항만공사법을 개정하여 한국항만공사를 모회사로 하고 지역 항만공사를 자회사로 두는 지배구조와 사업 범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해수부는 국가 항만정책, 항만기본계획, 법령과 감독 및 공공적인 항만개발을 담당하고, 항만공사는 그 정책에 따라 항만을 경영하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가는 사업 주체가 되어야 한다.

없애는 통합이 아니라 더하는 통합이어야 한다. 기존 4개 항만공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은 살리면서 이들이 힘을 합쳐 세계 주요 항만과 터미널에 진출하도록 하자. 동시에 포항과 같이 항만공사가 없는 주요 국가항만도 새로운 지역 항만공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자. 국내에서는 항만산업의 저변을 넓히고, 해외에서는 대한민국의 물류영토를 확대하는 것. 그것이 항만공사 통합의 명분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