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다. 소통 능력은 물론 후각과 청각까지 뛰어나 마약 탐지, 현장 수색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 국내 119구조견의 역사는 1998년 11월 강원 원주소방서가 삼성 인명구조견센터에서 훈련받은 셰퍼드 ‘다솔’을 산악 실종자 등의 수색에 투입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본격 양성된 119구조견들은 각종 사고·재난 현장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6월 경기 화성시 전지공장 화재, 지난해 11월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현장 등에서도 좁은 틈새를 누비며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였다.
현재 국내 119구조견은 지난 5월 기준으로 41마리로 집계됐다. 2011년 17마리였지만 활동 영역을 확대하면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엄격한 선발·교육 과정을 통과해야만 구조견으로 선정된다. 품종도 체력과 후각,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래브라도리트리버, 저먼셰퍼드 등으로 제한된다. 1~2살 개체 가운데 수색 능력과 사회성, 활동성, 적응력 등 11개 항목을 평가해 평균 70점 이상을 받아야 119구조견 후보로 선발된다. 이어 구조견교육센터에서 다른 후보견들과 단체 생활을 하며 헬기에 탑승하는 항공기 적응 훈련 등 강도 높은 훈련을 2년간 받아야 정식 구조견이 된다.
최근 경남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소속 구조견 ‘루비’가 실종자를 연이어 발견해 화제를 모았다. 벨지언말리누아 품종인 루비는 지난 21일 합천군 산악 지역에서 버섯을 따러 갔다가 부상을 입고 고립된 80대 주민을 투입 1시간 만에 찾아냈다. 수풀이 우거져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험준한 지형을 헤치며 정밀 수색을 벌인 끝에 실종자를 구출한 것이다. 루비는 이에 앞서 지난 18일에도 김해시 한 하천 수색 현장에 투입돼 나흘 전 실종 신고된 80대 남성을 찾아냈다. 당시 실종자는 끝내 숨졌지만 루비의 신속한 수색 덕분에 자칫 기약 없이 길어질 수 있었던 수색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생인 루비는 지난 4월 30일 특수구조 훈련을 마치고 현장에 배치된 신임 구조견이다. 루비의 선임 구조견은 저먼셰퍼드 품종인 ‘피코’로 지난 5월 4일 은퇴했다. 2017년생인 피코는 2020년 11월부터 구조견으로 활동하면서 107차례 출동해 다수의 인명을 구조했다. 이번 루비의 맹활약은 베테랑 구조견 피코의 은퇴에 따른 공백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인간을 위해 헌신하는 119구조견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