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일본 아이치현 가마고리 가이요 요트 항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딩기 1인승 경기. 한국 하지민이 경기 전 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6년 전 스물한 살의 대학생이던 하지민(37·해운대구청)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1살 패기 가득한 대학생은 비인기 종목인 요트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자 적접 자신의 금메달을 SNS에 자랑했다. 그 뒤 그는 4년마다 최고의 기량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아시아 정상을 지켰다.
5번째 출전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16년 사이 대학생에서 두 아이의 아빠가 돼 있었고 아시아 각국의 유망한 후배들과 경쟁해야 하는 베테랑이 돼 있었다.
한국 요트의 ‘살아있는 전설’ 하지민이 또 한 번 아시아 정상에 섰다. 개인 통산 네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민은 결선 레이스가 끝난 뒤 “첫 금메달 때보다 지금이 감정적으로 더 벅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 항해는 매우 험난했다. 하지민은 예선 첫 레이스부터 실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민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고 재청문 절차까지 이어졌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아 예선도 지연됐다. 첫 레이스 실격은 하지민의 마음 속에 짐처럼 남았다. 하지민은 “심리적으로 많이 소진됐지만 첫 날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다음 경기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며 “결과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 보니 거기에 집착하는 것 같아서 제가 처음 요트 선수가 됐던 이유, 제가 바다를 좋아했던 이유를 곱씹어봤다”고 말했다.
2일 일본 아이치현 가마고리 가이요 요트 항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요트 남자 딩기 1인승 경기. 금메달을 획득한 하지민이 육지로 복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민은 바다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자신을 떠올렸다. 하지민은 “선수로서 시합을 나간 뒤에는 바람을 읽고 변화에 대응하고, 순간순간 선택해서 배를 더 빠르게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이기려고만 레이싱을 한 것 같아서 이번 대회에서 선수가 됐을 때 처음의 마음을 더 실천해보려고 했다”고 웃어보였다.
마음을 비우자 경기력도 따라왔다. 예선을 1위로 통과한 뒤 맞이한 결선 마지막 결선 ·차 레이스에서 2위 할리데이(홍콩)는 하지민을 집중 견제했다. 경기 내내 두 선수가 엎치락뒤치락했다. 마지막 반환점을 앞두고 위기도 찾아왔다. 하지만 하지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민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스스로 내가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많았다”며 “이번 대회에서 항해 자체를 즐겼다는 점에서 이제서야 제 자신을 조금 더 믿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올해의 절반 가까이를 해외에서 보냈다.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 해외 훈련을 하고 잠시 집에 돌아왔다가 다시 한 달을 떠나는 일정을 반복했다. 우승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아내였다. 하지민은 “아내가 ‘충분히 잘하니까 그냥 하면 된다’고 말해줘서 큰 힘이 됐다"며 "제가 스타트가 좋지 않은 편인데 아내는 한 대 한 대 따라 잡는 모습이 멋있다고 격려해준다"며 웃어보였다.
2일 일본 아이치현 가마고리 가이요 요트 항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요트 남자 딩기 1인승 경기 종료 후 금메달을 획득한 하지민이 밝은 표정으로 복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금메달로 남자 요트 딩기 1인승 딩기 ILCA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권도 확보했다. 출전권은 개인이 아닌 국가에 주어진다. 하지민은 앞으로 후배가 자신을 넘어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도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이다. 하지민은 “제가 2년 뒤에 올림픽 무대에 서도 후배가 제가 마련한 기회로 올림픽에 나가도 모두 좋은 그림일 것 같다"고 말했다.
4년 뒤 6번째 아시안게임은 가능할까. 취재진의 질문에 하지민은 주저없이 답했다. “또 준비해봐야죠.”
하지민의 아시안게임 메달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고야(일본)=김준용 기자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