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독파모' 유감

입력 : 2026-10-05 17: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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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정부는 ‘소버린(주권) AI’라는 개념을 들고 나오면서 국가 독자 인공지능 모델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AI 패권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와중에 기술과 데이터의 안보 종속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바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즉 ‘독파모’ 사업이었다.

독파모 사업은 지난 1월 진짜 독자 개발 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1차 평가를 실시한다. 평가에는 모두 5개 컨소시엄이 도전했으나 검증 과정에서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컨소시엄이 제외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그렇게 살아남은 컨소시엄이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등 세 곳이었다. 이후 추가 공모로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합류해 독파모 사업은 4파전으로 돌입했다.

지난 8월 들어 실시된 2차 평가는 개발 모델이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평가였다. 이 과정에서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벤치마크 최고점에도 종합 점수에서 밀려 탈락했다. 남은 3개 팀에는 엔비디아 GPU 1000장씩을 임차해 제공하는 등 지원이 확대됐다. 지원 비용만 6개월 임차 기준 팀당 400억 원으로 모두 1200억 원 규모다. 그렇게 내년 초까지 성능 고도화와 산업 현장 실사용 서비스 구현 역량 확보 등에 대한 3차 평가를 통해 최종 2개 팀을 선정한다는 것이 독파모 사업의 골자였다.

인공지능 주권을 기치로 한 독파모가 이런 과정을 밟고 있는 와중에 정부가 최근 독파모 재개편을 내세우고 나섰다. 소위 ‘프런티어 AI 모델’로 불리는 사업의 추진이 그것이다. 정부가 밝힌 새 사업 추진의 이유는 ‘AI 모델을 넘어 프런티어급 초고성능 AI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독파모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현실론이었다. 해외에선 AI 성능 고도화 경쟁으로 속도 조절 필요성이 거론되는 사이 국가 대표 AI 개발은 성능이 못 따라가 개발 방향을 급변침하고 있는 것이다.

독파모 추진 과정에만 이미 2000억 원 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는 상황에 갑자기 국가 대표 AI 개발 관련 방향이 급변하자 뒷말이 무성해졌다. 이에 정부는 독파모는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현장 활용 모델로 개발을 계속 이어가고 프런티어AI는 별도로 추진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부랴부랴 발표했다.

AI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장삼이사들에겐 당황스럽고 두려운 현실이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