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수청 졸속 개청해 놓고 집안싸움만 벌이는 여권

입력 : 2026-10-12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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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 장관, 광주청장에 대한 감찰 지시
정치 격랑 휩쓸리면 국민 피해만 양산

임은정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장이 지난 6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중흥동 광주중수청 앞에서 출근길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은정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장이 지난 6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중흥동 광주중수청 앞에서 출근길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으로 탄생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지난 2일 개청했다. 대부분의 수사는 경찰이 맡지만 아동과 노인 학대 등 7대 중대범죄 수사는 중수청이 담당한다. 하지만 중수청은 자체 수장은 물론 법무부 장관 등이 공석인 상태에서 출범했다. 더욱이 출범 전날까지 정원 2874명 가운데 68%인 1962명만 채운 미달 상태인 데다 직제도 미확정하는 등 졸속 출범이라는 비난을 샀다. 이런 상황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를 공개 비판한 임은정 광주중수청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예고해 중수청을 둘러싼 범여권의 집안싸움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윤 장관은 11일 X에 올린 게시글에서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에 착수할 것을 중수청에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임 청장은 중수청을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간부가 중수청장 후보에 대한 지적질에 골몰하는 것을 우려는 국민들이 많다”고 감독권 발동 이유를 설명했다. 임 청장은 그동안 김 후보자의 과거 검찰 내 행적을 문제 삼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해 왔다. 특히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초대 중수청장은 1호 중수청 수사관”이라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이 1호가 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김지용 후보자를 공개 저격해 왔다.

그러나 중수청의 졸속 개청으로 부실 수사 우려 등이 높은 상황에 내부 갈등까지 불거진 것은 무척 우려스럽다. 특히 이번 감찰 지시 파문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추미애 경기지사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이른바 여권 ‘강경파’와의 사실상 전면전에 들어간 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X에 적은 글을 통해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 개혁을 내세우며 내부 공격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며 강경파를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장관의 임 청장에 대한 감찰 지시가 대통령의 최근 의중을 적극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이어진다.

문제는 중수청이 제대로 준비조차 안 된 채 출범한 상황에서 지방중수청장 감찰 등 내부 갈등이 표면화된다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중수청 본청뿐만 아니라 부산 등 6개 지방중수청은 빠른 조직 안정이 필요하다. 수사 강화는커녕 내부 문제로 범죄 수사가 부실해질 경우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우려가 크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집중에 따른 권한 남용을 막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겠다는 당초 검찰 개혁의 취지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72년 만에 바뀐 형사사법제도에 따라 어수선하게 첫발을 뗀 중수청이 더이상 정치적 격랑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