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합안 애초 실현불가” 전재수 시장, 박 지사 직격

입력 : 2026-10-1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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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통합 논의 ‘오리무중’

부산, 울산, 경남 시도지사가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민선 9기 첫 정책협의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욱 울산시장, 전재수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부산, 울산, 경남 시도지사가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민선 9기 첫 정책협의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욱 울산시장, 전재수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지금이라도 행정통합 추진하자’는 박완수 경남지사의 발언에 전재수 부산시장이 곧바로 ‘실현 불가능한 제안’이라고 맞받았다. 민선 9기는 출범 100일을 넘겼지만, 부울경 초광역 통합 논의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 시장과 박 지사는 취임 100일을 맞아 작정한 듯 초광역 통합과 관련한 언사를 쏟아냈다. 나란히 기자회견을 갖고 민선 9기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정작 초광역 통합과 관련해서는 일정 하나 내놓지 않았다. 부울경의 경계를 무너뜨릴 추진 체계와 절차를 둘러싼 3개 시도의 협의가 공전을 거듭 중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 6일 박 지사는 민선 9기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초광역 통합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특별연합은 기존 경제동맹과 큰 차이가 없고, 이 같은 조직을 만드는 것 자체가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되레 박 지사는 “부산시장과 울산시장이 통합하자고 하면 지금 바로 일정을 진행하고 싶다”며 두 단체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발언이 3개 시도가 초광역 통합의 불씨를 이어가기로 한 지 한 달 만에 나왔다는 점이다. 지난달 8일 해운대에서 열린 부울경 정책협의회에서 세 단체장은 광역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공동선언문까지 채택한 상태다. 특히나, 부산과 경남이 입장 차를 좁혀야 할 시점에서 박 지사가 도리어 부산에 결단을 촉구하는 투로 공개 발언을 해버린 것이다.

당장 전 시장의 반응도 결이 확연히 달라졌다. 전 시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된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지사가 실현 가능한 안을 내놨으면 한다”라며 “애초에 불가능한 대전제를 갖고 이야기를 하니 논의가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경남의 행정통합 구상은 중앙정부를 상대로 자치입법권과 재정분권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를 지적하며 전 시장은 “이건 민주당 정권이든, 국힘 정권이든 나라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는 힘든 이야기”라며 “한 발도 내딛지 않는 것과 한 발이라도 내딛는 것, 과연 어떤 게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누가 봐도 알 게 아니냐”고 말했다. 기존 부울경 특별연합 추진 과정에서 검토했던 공동 사업과 예산 추계가 마련돼 있는데 행정통합의 당위성만 앞세우는 경남의 접근 방식을 비판한 것이다.

그간 부산시와 전 시장은 민선 8기 당시 추진됐던 경남의 행정통합 구상을 존중하면서 이견을 좁혀 나가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지역 간 자존심이 걸린 사안인 만큼 공개적인 공방보다는 실무진 협의와 조정을 통해 해법을 찾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취임 100일을 맞은 박 지사의 발언을 이틑날 곧바로 전 시장이 반박하면서 두 시도 간 논의가 불필요한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신중론을 유지하는 울산의 태도가 논의의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시장은 특별연합 부활에는 공감하는 입장이지만, 적극적인 의지는 드러내지 않고 있다. 부산과 경남의 이견을 조율할 만한 움직임 역시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시민사회에서는 광역화 추진을 둘러싼 논쟁 자체에 회의를 보이는 수준에 이르렀다. 신라대 행정학과 박재욱 명예교수는 “통합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일 뿐인데 오래전부터 지속된 부울경 간의 이 논쟁이 안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형식과 절차를 정하는 데 역량을 소진하기보다 부울경이 공동으로 경쟁력과 권리를 확보할 새 모델을 찾자는 조언도 쏟아진다. 부울경 전체를 해양수도권으로 추진하자는 제안에 이어 빨대 효과를 방지할 수 있도록 진주와 창원, 부산, 울산의 다핵 구조로 부울경을 재편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