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상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것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해수욕장이 아니라 부산 북항의 수로에 나타났다. ‘부캉이’라는 이름까지 얻은 이 상어를 보기 위해 백만 명 넘게 몰렸다고 한다. SNS에는 영상과 사진으로 넘쳐난다. 화면 속 사람들의 환호는 진심이고 그 열기는 뜨겁다. 그야말로 ‘부캉이 신드롬’이다.
상어는 원래 친근한 동물이 아니다. 상어 하면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 ‘죠스’부터 떠오른다. 죠스는 “둠~둠~”하는 공포스러운 배경음악과 함께 출몰해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존재다. 그런데 북항에 나타난 부캉이는 정반대다. 사람들은 반가워하고, 바다로 돌려보낸다는 소식에 무척 아쉬워한다.
도대체 부캉이의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첫째는 호기심이다. 부산은 바다의 도시이지만 야생의 상어를 일상에서 만나는 일은 드물다. 수족관에서나 볼 법한 상어가 우리가 사는 도시 한복판의 바다에 나타났다. ‘정말 상어가 북항에 있다고?’라는 단순한 궁금증이 사람들을 움직였다. 사람은 새로운 가능성에 마음이 끌린다.
둘째는 의외성이다. 무시무시할 것으로 생각했던 상어가 생각보다 친근하다. 물 위로 지느러미를 내놓고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사람들의 환호를 즐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빨 사나운 포식자라는 기존의 이미지가 어느 순간 부산을 찾아온 재롱둥이 이미지로 바뀌었다. 예상이 깨지는 순간 급친근해진다.
셋째는 그래도 상어다움이다. 아무리 친근해 보여도 부캉이는 상어다. 지느러미를 꼿꼿하게 세우고 물살을 가르며 능수능란하게 헤엄치는 모습에는 야생 상어 특유의 ‘살벌함’이 있다. 귀엽다고 해서 상어다움까지 잃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마지막은 감성이다. 부캉이가 좀처럼 부산을 떠나지 않자 사람들은 여기에 이야기를 입히기 시작했다. ‘부산이 그렇게 좋으냐’며 반기고, 떠난다고 하니 섭섭해한다. 부캉이가 읽을 리 없는 메모들이 세워둔 게시판을 가득 채웠다. 한 마리의 상어에게 부산에 대한 애정과 유머, 아쉬움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부캉이는 어느새 구경거리를 넘어 부산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 덕분에 부산이 일약 스타도시가 되었다.
조금 무리한 연결이지만, 나는 이 현상을 보면서 우리 정치가 떠올랐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리는 정치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치도 먼저 호기심과 기대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저 정책이 실현되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앞으로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될까’라는 기대가 생겨야 한다. 좋은 정치는 국민에게 미래를 궁금하게 만든다.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정치가 만들어야 할 가장 중요한 에너지다.
정치에는 의외성도 필요하다. 보수라고 해서 진보의 모든 생각을 배척하고, 진보라고 해서 보수의 모든 가치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보수가 진보의 좋은 정책을 받아들이고, 진보가 보수의 합리적인 가치를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은 정치에서 희망을 본다. 지금 우리 정치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가 무슨 말을 할지 듣기도 전에 이미 답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정치인다워야 한다. 즉 프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말솜씨가 아니라 전문성과 실력을 갖춰야 가능하다. 경제를 말하려면 경제를 이해하고, 외교를 말하려면 탁월하게 국제 정세를 읽어야 한다. 정치인은 복잡한 문제를 공부하고 자신의 언어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어설픈 지식과 즉흥적인 주장으로 선진국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리고 결국 정치는 사람의 마음에 닿아야 한다. 국민이 ‘저 사람은 정말 이 나라를 아끼는구나’ ‘우리 지역과 다음 세대를 위해 일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감동은 구호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신보다 공동체를 앞세우는 태도와 책임 있는 행동이 쌓일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부캉이가 언제까지 북항에 머물지는 모른다. 그래도 부캉이가 남길 한 가지 장면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부캉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기대와 마음이다.
요즘 우리 정치를 보면서는 오히려 “이제 좀 떠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언젠가 정치인을 향해서도 국민이 진심으로 “조금 더 남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날이 왔으면 한다.
부캉이에게는 있고, 우리 정치에는 부족한 것이 어쩌면 바로 그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