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 확산으로 고사한 소나무들이 잿빛을 띤 밀양 야산. 부산일보 DB
소나무재선충병의 급속한 확산과 기존 방제 정책의 한계를 지적한 본보 기획보도 내용(부산일보 8월 17일 자 1면 등 보도)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경남의 누적 피해 규모가 전국에서 가장 크고 부산과 울산도 최상위권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울경 산림 생태계에 비상이 걸렸다. 방제 예산을 늘리고도 피해가 확산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이 산림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의 전국 누적 피해목은 올해까지 1914만 8406그루에 달했다. 이 가운데 경남이 549만 7071그루(28.7%)로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많았다. 부산은 181만 5647그루(9.5%)로 4위, 울산은 175만 3964그루(9.2%)로 5위를 기록했다. 부울경 3개 시도의 누적 피해목만 906만 그루를 넘어 전국의 47.3%를 차지했다.
기후변화 등으로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의 활동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경남 고성군의 북방수염하늘소 성충 최초 출현 시기는 2022년 5월 1일에서 올해 4월 15일로 16일 앞당겨졌다. 함안군도 같은 기간 5월 4일에서 4월 21일로 13일 빨라졌다.
피해 확산 속도를 방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재선충 피해목은 177만 2985그루로 지난해보다 19.3% 증가했다. 반면 전국 평균 방제율은 89.4%에서 62.7%로 26.7%포인트 급락했다.
부산과 울산의 방제율은 각각 83.4%, 89.1%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경남은 60%에 그쳐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남도는 예산 부족 등으로 피해 고사목의 64%만 파쇄·훈증 등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김해와 밀양 지역 방제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20억 원도 요청한 상태다.
경남도는 2031년까지 재선충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광역방제전략을 수립하고, 남해·산청·함양·거창·합천 등 5개 시군을 2030년까지 청정지역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수종전환 방제 면적도 올해 640ha에서 내년 800ha로 확대한다.
국감장에서는 기존 방제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비판도 쏟아졌다. 민주당 주철현 의원은 산림청 국감에서 “방제 예산은 2022년 504억 원에서 올해 1008억 원으로 2배 늘었지만 피해목은 4배 넘게 증가했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피해가 확대된다면 정책 전환을 결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세금으로 재선충 방제를 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소나무를 계속 심고 있다”며 “산림청 스스로 재선충병 확산의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