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 부산소방재난본부 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각종 현장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이 출동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국가 존재에 대한 견고한 신뢰의 토대다. 이 때문에 국가는 국민 세금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경찰을 유지하는 것이다. 불이 나면 소방이 출동해 불을 꺼 줄 것이라는 믿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소방은 경찰과는 달리 국가가 그 지탱에 그다지 예산을 들이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국가직이라는 허울을 썼지만 실질적으로는 90% 정도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유지된다. 유지에 드는 비용이 이렇게 나뉘다 보니 비용 분담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 같은 현실에선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망발 같은 발언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소방관이 전면적으로 국가공무원(국가직)이 된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2020년 4월부터다. 그 전까지는 대통령과 소방청장이 임용하는 국가직과 광역지자체장이 임용하는 지방직이 공존하는 이원 체제였다. 일원화 이유는 선명했다. 지방직 시절에는 지자체의 재정 여건과 지자체장의 정책 우선 순위에 따라 인력이나 장비, 시설, 처우 등이 달라 소방 서비스의 질 차이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일원화하고 나서도 예산 대부분을 국비로 충당하는 경찰과는 달리 소방 예산은 지자체가 상당 부분을 떠안았다. 담배세를 재원으로 하는 소방안전교부세 등으로 10% 내외만 국비로 지원될 뿐이었기 때문이다.
국가직 소방의 운영 예산 90% 가량을 지자체가 떠맡다 보니 지자체 재정 압박은 불가피해졌다. 특히 부산은 올해 소방 예산으로 4961억 원을 편성해 놓았지만 이 가운데 인건비만 80%에 달하는 상황이다. 전국 평균이 7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이다. 이로 인해 소방에 필요한 적시 장비 교체와 시설 확충, 예방 활동 등에 쓸 수 있는 재원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 소방관 개인 보호 장비 23.3%가 내용연수를 초과한 데다 1인당 연간 피복비도 25만 원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 하니 소방 서비스 질 차이 개선이라는 당초 국가직 전환 논리가 무색할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재정 여력을 보강하겠다는 명분으로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이 기금 마련을 위해 소방 예산 확보 등에 필요한 지자체 재정 여력의 약화를 초래할 지방교부세 감축도 불사할 태세다. AI 시대를 대비하고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장기적인 기금이 필요하다고 해도 당장 눈앞의 재난을 막을 안전망의 확보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여권 인사인 추미애 지사의 ‘소방 빨대’ 망발에 대한 사과와 함께 병행돼야 할 것은 망발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대한 직시다. 정부는 당장 오늘의 재난 현장을 지탱할 소방 역량의 보전을 위해 부조리한 예산 구조부터 손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