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 방화 70대', 4년 전에도 특허법인 직원 얼굴에 휘발유 뿌리고 방화 위협

입력 : 2026-10-20 22: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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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방화 혐의로 체포된 70대 남성 A 씨가 화재 발생 전 인화 물질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건물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20일 방화 혐의로 체포된 70대 남성 A 씨가 화재 발생 전 인화 물질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건물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법인이 있는 빌딩 2곳에 연달아 불을 질러 10여 명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이 4년 전에도 같은 특허법인을 대상으로 방화 협박을 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4월 건조물침입·특수협박 등 혐의로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판결문 내용에 따르면 A 씨는 2022년 12월, 자신이 개발한 '균형잡기 운동기구'에 대한 국내외 디자인 등록과 특허 출원을 의뢰했던 특허법인 사무소 2곳에 휘발유를 뿌리는 등 겁을 주기 위해 서울 강서구 자신의 주거지 부근 주유소에서 2L(리터)짜리 휘발유를 구입해 500㎖짜리 페트병 4개에 옮겨 담아 보관하고 가스라이터 1개도 준비했다.

앞서 그는 특허법인에 종이 형태의 등록증을 받아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들 업체가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종이 등록증을 발급하지 않아 불가능하다고 답하자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했다.

이후 그는 범행을 결심, 2022년 12월 29일 오전 11시 20분께 미리 준비한 휘발유와 가스라이터를 소지한 채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특허법인 사무실의 회의실 안까지 들어갔다.

그런 다음 자신과 상담해준 직원에게 "당신이 설명해보라"며 직원의 얼굴과 상체 등에 휘발유를 뿌린 다음 가스라이터를 손에 들고 불을 켤 것처럼 자세를 취했다. 피해자가 놀라 도망가자 가위로 찌를 듯이 휘두르며 뒤쫓아가는 등 위협도 했다.

20분 뒤인 11시 40분에는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특허법인에 찾아가 "사기치지 마라,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며 직원의 몸과 책상, 바닥 등에 휘발유를 뿌리고 가위로 협박했다.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 두 곳에서 연달아 방화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가 서울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 두 곳에서 연달아 방화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가 서울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당시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의 이러한 행동은 추가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었던 매우 위험한 범행"이라면서도 "피고인이 현재 범행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는 같은 행동을 하거나 피해자들을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재판부는 A 씨의 특수협박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건조물 침입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A 씨가 사무실에 들어갈 당시 빌딩 관리자의 허락을 맡고 들어간 점을 고려해 빌딩에 들어간 행위 자체를 건조물 침입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특수협박 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사무실에 들어갔고 관리자가 이를 알았다면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 해도, 건조물의 평온 상태가 침해된 것은 피고인의 출입 당시가 아닌, 특수협박행위가 있었던 시점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A 씨가 4년 전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한 특허법인 2곳은 이번에 실제로 방화를 저질러 총 10여 명의 부상자를 낸 범행 대상인 특허법인 2곳과 같은 곳이다.

범행 수법 역시 유사하지만, 이번엔 불과 7분 사이에 200m가량 떨어진 특허법인 사무실 2곳에 연이어 불을 지르고 나왔다.

그는 이번에도 4년 전과 같은 이유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이날 체포된 뒤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특허 법무법인에서 사기 쳐서"라고 소리쳤다.

그는 "2000년도에 내가 특허를 냈는데, (특허법인에서) 사기를 쳤다"며 문자 메시지 내용을 출력한 종이를 보여주며 찍으라고 촬영을 권하기도 했다. 종이에는 '이 서류 보내드렸을 텐데, 이게 등록증으로 보시면 됩니다'라는 문자 내용이 담겨있었다.

경찰은 A 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수법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