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21일 한화오션과 ‘부산엔지니어링센터’ 2차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MOU를 토대로 36억 원 상당을 투자해 부산진구 부전동에 8900㎡ 규모 새 엔지니어링센터를 만든다. 이후 2028년까지 상선과 해양플랜트 분야 설계·연구개발 전문 인력 3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부산시 제공
삼성중공업에 이은 한화오션의 부산 설계·연구개발(R&D) 거점 확대는 동남권 해양경제권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한화오션은 지난 21일 부산시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136억 원 이상을 들여 부산진구 부전동에 엔지니어링센터를 추가로 조성하기로 했다. 2028년까지 상선·해양플랜트 분야 설계·R&D 전문 인력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도 부산 R&D센터의 설계 인력을 2030년까지 130명 늘리기로 했다. 세계 조선업을 이끄는 두 기업은 부산에서 인재를 확보하고 R&D 역량을 키워 경남 거제의 생산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를 선택했다. 이는 해양수도가 지향할 성장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투자는 부산과 거제의 산업 역량을 연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조선업은 설계부터 자재 조달, 제작과 조립, 시운전까지 긴밀하게 맞물리는 산업이다. 부산의 설계·R&D 역량이 높아지면 거제 조선소의 생산성과 납기 대응력이 강화된다. 한화오션도 부산 센터 확장과 함께 거제사업장의 채용과 생산 기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부산은 대학과 연구 기관, 조선기자재 산업의 강점을 살리고 거제는 건조 역량을 고도화하는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산업 생태계를 행정구역의 경계로 기계적으로 구분해서는 상생의 길에 들어서기 어렵다. 연구와 생산, 인재 양성과 채용이 서로를 뒷받침하는 균형 잡힌 분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동남권의 과제다.
대기업의 투자 성과가 지역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일도 중요하다. 정부와 조선업계가 거제·부산에서 추진하는 5000억 원 규모의 M.AX(제조 공정 AI 전환) 투자는 그 기회다. 설계 정보와 기자재업체의 생산 공정을 연결해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생산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과의 연계도 강화해야 한다. 부산시가 참여하는 함정 MRO 방산혁신클러스터 사업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설계·R&D 역량의 고도화가 거제의 생산 기반과 부산의 수리조선·기자재업체의 시너지 효과를 낳고 다시 정비와 부품 개발, 품질 인증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해양수도의 위상은 기관과 시설의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의 투자와 기술 혁신이 산업의 활력을 높이고 청년의 지역 정착을 뒷받침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때 명실상부한 해양수도가 된다. 삼성과 한화의 이번 선택을 일회성 호재로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두 기업의 투자를 마중물 삼아 R&D와 생산, 인재 양성이 맞물리는 동남권 산업 협력 구조를 안착시켜야 한다. 정부와 부산시는 투자와 채용 계획의 이행을 점검하고, 대학 교육과 기업 수요를 연결해 지역 인재의 취업 기회를 넓혀야 한다. 기업의 투자로 좋은 일자리가 늘고 청년이 미래를 설계하는 도시, 그것이 해양수도 부산이 증명해야 할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