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 일대의 한 가챠숍 모습. 안다은 기자 iknow@
부산 곳곳에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가챠숍’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원하는 상품이 나올 때까지 결제를 유도해 높은 사행성으로 인한 문제가 우려되는데, 부산시는 점포가 몇 곳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2일 오후 〈부산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부산 최대 상권인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는 가챠숍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쥬디스 태화 반경 200m 이내에서 영업 중인 가챠숍만 18곳에 달했다. 2024년 초 3곳에 불과했던 가챠숍은 2년여 만에 6배로 늘어났다.
가챠숍에는 돈을 넣고 레버를 돌리면 무작위로 장난감이 들어 있는 캡슐이 나오는 자판기가 운영된다. 일본어로 ‘가챠가챠’(찰칵찰칵) 소리가 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돈을 넣으면 무조건 보상(캡슐)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가챠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돈만 날리기 십상인 인형 뽑기와 다른 점이다. 하지만 어떤 상품이 나올지는 알 수 없어, 원하는 상품을 얻을 때까지 결제를 반복하게 되는 구조다. 한 번에 3000~8000원으로 비교적 소액이 들다보니 반복 소비에 대한 경계심도 옅어지기 쉽다.
가챠숍은 SNS상에서 유행처럼 번지면서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가챠숍을 찾는 이윤지(28·부산 부산진구) 씨는 “한 번에 20만 원 넘게 써봤다”며 “번화가에 많이 입점해 무의식중에 많은 돈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챠숍이 높은 사행성과 중독성에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가차숍은 지자체에 별도의 허가나 신고 의무가 없는 자유업종으로 분류된다. 가챠는 법령상 ‘게임물’에 해당하지 않아 게임산업법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완구 판매 등 소매업으로 개업하면 학교 주변에서 영업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실제로 가챠 열풍을 타고 부산 주요 관광지인 광안리, 해운대, 서면은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 반경 200m 이내에 매장이 생기기도 했다. 부산시는 점포 수 등 기초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시 영상콘텐츠산업과 관계자는 “법령에 따른 단속과 처분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규제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뽑기방(오락실)은 게임산업법에 따라 구청에 등록해야 하는 ‘청소년게임제공업’에 속한다. 최근 문을 연 오락실 대부분이 인형 뽑기 기계로 채운 사실상 ‘뽑기방’으로 운영되지만, 등록 업종인 만큼 지자체가 현황을 관리한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부산에 등록된 오락실은 441곳으로, 2024년보다 약 1.7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가챠숍에 대한 현황 파악부터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신대 의료경영학과 조경원 교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원하는 보상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가챠는 도박과도 비슷하다”며 “부산시가 번화가 중심으로 시설 현황, 운영 방식 등을 파악해 자율적인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다은 기자 iknow@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