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부산은 축제의 바다다. 2025년 결산 기준 재정 공시를 보면 부산시의 행사·축제는 360건, 약 812억 원이다. 구·군 단위까지 합치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 원도심과 영도, 시민 공원, 서면까지 부산의 주요 거리와 장소에서는 주말마다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린다. 일상에서 문화를 만나는 시민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행사장을 둘러보면 낯익은 풍경이 반복된다. 이삼 일짜리 행사장에 천막과 테이블, 음향과 무대가 화려하게 들어서지만, 타이틀만 다를 뿐 구성은 비슷하다. 트로트 가수 초청과 가요 경연처럼 행사의 정체성을 찾기 어려운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지역민이 흥겨운 하루를 보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기획의 중심에 놓여 있다. 물론 변화의 조짐도 있다. 최근 한 기초단체장이 직접 나서 관람형 공연에서 벗어나, 지역의 역사와 가치를 시민이 중심이 되어 함께 누리는 축제를 열어 화제가 됐다. 반길만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예외에 가깝다.
이런 축제의 대행사는 대개 나라장터를 통한 공개 입찰로 정해진다. 2002년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이 가동됐고, 2015년부터는 민간 거래까지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협상에 의한 계약과 제한경쟁 등 방식과 범위도 다양하게 부여된다. 평가위원회가 열리는 방식만 보면 매우 공정해 보인다. 제안사가 위원을 제비뽑기로 뽑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뒤다. 위원 명단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해당 행사와 전문성이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수는 거의 빠지지 않고 포함된다. 부산시 문화 관련 출자·출연기관의 간부급이 서로의 기관 입찰 평가에 품앗이하듯 참여하는 관행도 있다. 발주 기관이 평가위원 적합성을 1차로 검토하지만, 여기서 오류가 적지 않게 생긴다. 제출한 이력서로 가늠하기에는 불분명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제안사가 평소 평가위원을 관리해 심의에 참여하도록 만들고 선정 확률을 높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는 점이다. 한 행사 대행업체는 400여 명의 평가위원을 관리한다는 말까지 들린다. 기관들도 이미 관례처럼 알고 있지만 달리 막을 길이 없다. 그렇게 한 시간 안팎의 짧은 심의로 수천만 원, 수억 원짜리 행사가 결정된다. 수의계약으로 특정 업체에 일감이 몰리는 것을 막으려던 장치가, 오히려 시장을 흐려 놓은 지 오래다.
축제를 즐기는 시민은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다. 그러나 매주 되풀이되는 비슷한 무대와 구조, 방식의 이면에는 일감을 독식하는 대행사가 있다. 선정 뒤에는 하도급으로 쪼개어 진행하니 행사의 질은 떨어지고, 발주 기관 담당자는 애를 먹는다. 을이 갑이 되는 구조이며 선정만 되면 모르쇠로 버티는 일도 허다하다. 점점 그 속도는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는 구조이며 결국에는 참여자인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험할 수도 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고들 하지만, 개막식이 여전히 기관장과 지역 정치인의 얼굴 알리기 무대로 쓰이는 것은 아닌지, 기관들의 성과를 채우기 위한 행사용 행사인지 되물어야 한다. 무대는 첨단 장비와 거대한 규모로 행사의 내용보다 스케일에 중점을 둔다. 그렇게 엄청난 예산은 소모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그렇다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겠으나 먼저 공정거래를 위한 장치부터 살펴보는 것이 순서이지 싶다. 개선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 서류상 문제가 없으니 그냥 넘어가야 하는가. 문제는 숫자에 있다 특정 업체에 몰아주기식 채점, 먼저 공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기관마다 비공개로 남아 있는 연간 행사 수주 현황과 금액을 공개하는 것이다. 평가위원이 어느 기관의 심의에 몇 번 참여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그러면 교수들의 전문성이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와 역할로 기능하고 있는지, 아니면 대행사에 휘둘리는 자리인지도 자연히 드러날 것이다. 공개는 위원을 압박하려는 것이 아니라 심의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이러한 작금의 현장에 부산시 관계자는 직시하고 의문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시민의 세금이니까. 최근 울산시와 기장군에 드러난 입찰 관련 의회 영상들이 퍼져가고 있다. 철저히 조사하고 밝혀서 불공정 거래가 다시는 관례가 아닌 잘못된 것이라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고 관련 행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입찰 과정에서는 내용보다 위원 영업이 승패를 가른다. 그 영업이 불편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대행사들은 하도급의 기회만 엿볼 수밖에 없다. 이번 주말에도 그 불편한 진실 속에서, 시민의 안전과 즐거운 행사를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축제의 주인은 시민이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투명한 공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