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열린 11월 정기국회 제11차 본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820조 9000억 원으로 편성된 2027년도 정부 예산안 설명에 나섰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의 세 가지 원칙 중 하나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 우대를 천명한 것은 바람직하다. 모든 지역과 모든 국민이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고르게 누리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지방을 15회, 지역을 10회 언급하면서 새로운 성장의 발판은 지역이 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지금 수도권 일극 체제와 양극화가 심화하는 ‘K자 성장’의 한계에 봉착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방 주도 성장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 대통령이 지방을 국가 운영과 성장 발전의 한 축으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시의적절하다. 국토대전환과 지방 주도 성장에 올해의 두 배가 넘는 33조 원을 투자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산업 생태계 형성의 핵심인 앵커기업이 지방에 대규모로 투자하면 설비 투자액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성장엔진특별보조금 신설도 눈길을 끈다. 지방미래성장지원금 3조 5000억 원으로 지방정부의 자율적인 성장 전략을 뒷받침한다고 한다. 지방 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 거점 국립대병원 중점 육성 방안은 환영할 일이다. 서울·수도권만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지방도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162조 3000억 원 규모로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청년, 미래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축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성장 발전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 성장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는 타당하지만, 문제는 재원의 지속 가능성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1일 기금 재원인 추가세수가 2029년부터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정연설 내내 피켓시위를 한 국민의힘은 2027년 예산안을 선심성 예산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삭감을 예고했다. 미래대응기금 운용이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훼손하고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엄격한 심사를 벼르는 상황이다.
지방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진정한 미래 대응은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이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 고르게 발전하는 지방 주도 성장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인 지방 주도 성장을 위해 재정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번 예산안은 지방의 자립적 토대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현금 살포나 선심성 복지 예산이 아니라 지방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지속 가능한 실행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한다. 여야 모두 지방 주도 성장이란 대의를 위해 초당적 협력과 건설적 경쟁을 펼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