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허락하는 높이를 가진다면
가장 먼 곳의 바다가 되겠지
달빛 아래 잠시 교차하는 두 손, 서로의 이름을 바꿔 달고
밀물과 썰물
그러다 당신이 가진 어둠을 알게 되겠지
여전히 부글거리는 작은 칼데라처럼
탄산기 많은 공기로 가득한 검은 모래벌판
그 속, 고둥처럼 혼자인 사내
-시집 〈야생화와 혁명가 사이〉 (2026) 중에서
인간은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로 비유되곤 합니다. 그렇다면 등대는 우리가 길을 잃고 방황할 때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비추어주고, 위기를 피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존재입니다. 산지등대는 제주시 제주항에 있는 등대인데, 부산의 영도 등대처럼 100년이 넘은 등대입니다. 달빛 아래 세상 모든 등대가 보이고 그 등대 불빛들 아래 밀물과 썰물의 철썩임이 보입니다.
산지등대가 가고자 했던 가장 먼 곳의 바다는 지금 내 눈앞의 바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혼자인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나의 어둠 혹은 누군가의 어둠을 알게 됩니다. 인생의 시기와 상황에 따라 마음속에 품는 등대는 다르겠지만, 어떤 유혹이나 시련에 흔들릴 때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생각하는 일, 내면에 서 있는 그 등대가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