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어시장 오염토 ‘기준치 14배’ 현대화 표류 불가피

입력 : 2026-11-03 18:23:42 수정 : 2026-11-03 18: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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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공사 구역 22.6% 면적서
TPH·아연·납 토양오염기준 초과
매설 유류 배관서 기름 유출 추정
수십억 정화비·공기 연장 현실로

기준치 14배가 넘는 토양오염이 확인돼 정화 작업에 들어가는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 공사 현장. 박혜랑 기자 rang@ 기준치 14배가 넘는 토양오염이 확인돼 정화 작업에 들어가는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 공사 현장. 박혜랑 기자 rang@

속보=국내 최대 수산물 산지 위판장인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 부지에서 토양 오염이 확인(부산일보 8월 6일 자 6면 보도)돼 공사가 멈춰 선 가운데, 정밀조사 결과 기준치를 최대 14배 이상 웃도는 오염물질이 검출됐다. 이에 따라 토양 정화 작업이 불가피해지면서 수십억 원대에 달할 정화 비용과 함께 사업 장기 표류가 현실화 됐다.

3일 부산공동어시장(이하 공동어시장)에 따르면 공동어시장 측이 오염토가 발견된 현대화 사업 1단계 공사 구역(1만 9607㎡)을 대상으로 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최고 1만 1285mg/kg 검출됐다. 이는 토양오염우려기준(800mg/kg)의 14.1배에 달하는 수치다. 아연 역시 기준치(600mg/kg)의 3.3배에 이르는 1975.8mg/kg, 납은 기준치(400mg/kg)를 1.35배 웃도는 540.7mg/kg이 각각 검출됐다. 법적 기준을 초과한 오염 면적은 약 4430㎡로 1단계 공사 구역 전체 면적의 22.6%를 차지한다.

앞서 시공사는 지난 7월 기초 파일 설치 작업 중 기름 냄새와 변색 등 오염 추정 토양을 발견해 자체 검사를 의뢰하고 관할 부산 서구청에 통보했다. 지자체의 토양정밀조사 명령에 따라 공동어시장 측은 전문 용역사를 선정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정밀조사를 진행했으며, 해당 부지 공사는 지난 8월 말부터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번 토양 오염은 과거 어선 급유를 위해 매설했던 유류 배관(송유관)에서 기름이 유출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번 정밀조사에서도 대표적인 유류 오염 지표인 TPH가 과거 송유관이 묻혀 있던 위치를 중심으로 집중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밀조사에서 기준치를 웃도는 오염물질이 확인되면서 현대화 사업의 차질은 불가피해졌다. 공동어시장 측은 이번 결과를 관할 지자체에 보고하고 전문 정화 업체를 통해 구체적인 견적 산출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확한 정화 비용과 소요 기간은 용역 견적 이후 산출되겠으나, 수십억 원의 추가 비용 발생과 수개월 이상의 공기 연장은 기정사실화 됐다.

총사업비 2361억 원(국비 70%·시비 20%·공동어시장 10%)이 투입되는 현대화 사업은 연면적 6만 1971㎡ 규모의 최신 위판장을 건립하는 대형 숙원 프로젝트다. 조업과 위판 중단을 막기 위해 공사는 총 3단계로 나눠 순차 진행 중이다. 기존 위판 기능을 유지한 채 공사를 병행하는 구조상, 1단계 공정이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어 전체 사업 일정의 연쇄 지연이 우려된다.

현장의 불만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도입된 자동 선별기·포장기가 성능 문제 등으로 중도매인과 선사들의 외면을 받으며 위판장 자리만 차지한다는 지적이 잇따른 가운데, 공사 중단으로 위판장 면적 축소마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업·유통 차질을 견디지 못한 선사와 중도매인들이 인근 타 위판장으로 이탈하는 등 영업 타격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십억 원대로 추정되는 정화 비용의 부담 주체를 둘러싼 갈등 역시 뇌관이다. 정화 비용은 기존 총사업비에 책정돼 있지 않다. 토양환경보전법상 오염 원인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지만, 오염원으로 지목된 송유관은 과거 부산시수협이 유류탱크 운영을 위해 매설했던 것으로 추정돼 양측 간 법적 공방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지 매입 시점에 따른 예외 규정 적용 여부도 핵심 쟁점이다. 공동어시장 측은 1973년 정부로부터 현재의 서구 남부민동 부지를 불하받아 이전한 만큼, 법 제정 이전 사안에 대한 예외 조항을 들어 정부나 지자체에도 정화 책임이 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공동어시장 측은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우선 자체 재원을 투입해 정화 작업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이다. 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우선 정화 작업을 신속히 추진해 공기 지연을 최소화한 뒤, 향후 명확한 원인자를 규명해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후속 공정과 긴밀히 연계해 정화·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위판 공간을 조속히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기간 단축과 합리적인 정화비용 부담 방안 마련을 위해 부산시와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