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래”가 아니라 “왜 그래야 하니”라고 묻자

입력 : 2026-11-05 14:14:56 수정 : 2026-11-05 14: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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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이상한 세계/이경숙
교실에서 재현되는 우리 사회의 문제
각자 옳음을 말하지만 어긋나는 상황
성과주의, 공정 담론에 흔들리는 학교
서로 부딪치며 열리는 공존의 세계

시장의 논리, 성과주의, 공정 담론, 개인주의가 교실에 스며들며 교육이 지켜야 할 가치는 흔들린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시장의 논리, 성과주의, 공정 담론, 개인주의가 교실에 스며들며 교육이 지켜야 할 가치는 흔들린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시장의 논리, 성과주의, 공정 담론, 개인주의가 교실에 스며들며 교육이 지켜야 할 가치는 흔들린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시장의 논리, 성과주의, 공정 담론, 개인주의가 교실에 스며들며 교육이 지켜야 할 가치는 흔들린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시장의 논리, 성과주의, 공정 담론, 개인주의가 교실에 스며들며 교육이 지켜야 할 가치는 흔들린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시장의 논리, 성과주의, 공정 담론, 개인주의가 교실에 스며들며 교육이 지켜야 할 가치는 흔들린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학교는 모든 아이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당연히 가야 하는 곳이며 배움과 성장을 얻는 곳이었다. 학교에 가는 게 왜 좋으냐는 질문에 “친구가 많아서” 혹은 “급식이 맛있어서” 혹은 “혼자는 못하는 축구를 할 수 있어서” 혹은 “지식을 얻어서”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학교가 예전 같지 않다. 억지로 학교에 가는 아이의 숫자가 증가하고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 불안, 공황장애 등 정신적인 어려움까지 호소하기도 한다.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는 급속히 많아진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학교를 ‘이상한 세계’라고 표현한다.

학교 현장의 고민,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은 이미 많다. 문제점을 몰라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커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학교라는 이상한 세계>에선 2026년 현재의 교실을 보여주며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야 할 가치를 말한다.

20여 년간 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고, 현재 중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학교를 우리 사회의 가치와 불안이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으로 바라본다. 시장의 논리, 공정 담론, 절차 중심주의, 개인주의가 교실에 스며들면서 교육의 가치는 계속해서 흔들린다.

수행평가 카드를 돈으로 사고파는 아이들은 “서로 합의했는데 뭐가 문제냐”라고 말한다. 비염이 심해 호흡조차 힘든 상태지만, 학부모도 학생도 “내신이 중요하니 치료는 방학에 하겠다”라고 결정한다. 가정 폭력으로 인해 심리적 불안이 심한 아이가 보건실에 자주 가는 걸 두고 같은 반 아이들이 특혜이며 불공정한 것이라고 따진다. 급식실로 가려면 중앙현관을 지나가는 길이 가장 빠르지만, 아이들은 그곳을 두고 먼 길로 간다. 이유를 물으니 “중앙 현관은 3학년 선배만 쓸 수 있다”도 답한다. 중앙 현관을 특정 학년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게 이상했지만, 아이들은 “우리 학교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전통이 아니며 낡은 관행은 바꾸자고 제안하니 아이들은 “곧 있으면 우리가 3학년이 되는데 지금 바꾸면 억울하다”라고 반대한다.

책에 언급된 26개의 장면은 우리 사회의 딜레마가 학교 안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학교는 자율을 가르치면서 참여를 강요하고(자율학습), 자유로운 생각을 권하면서 하나의 정답을 요구한다. 민주주의를 가르치면서도 오래된 위계를 유지한다. 아이들은 학교가 가르치는 가치뿐 아니라 학교의 일상에 스며든 사회적 문법을 배운다. 학교라는 작은 세계에는 어른들이 만들어온 사회의 질서와 모순이 담겨 있다.

저자는 학교를 탓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교사를 피해자로, 학부모를 가해자로, 아이들은 문제의 원인으로 세우지 않는다고 밝혔다. 저마다 자기 몫의 불안을 안고 하루를 버틴다. 누구는 민원을 두려워하고, 누군가는 자기 아이가 뒤처질까 조급해하고, 누군가는 실패를 두려워한다. 그 안에서 각자 나름대로 옳은 선택을 한다고 믿는다.

다만 그 옳음이 서로를 향해 날카롭게 부딪히는 장면 앞에서, 저자의 고민은 깊어진다. 교실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 하나에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요구해 왔는지, 어른들이 무엇을 두려워해 왔는지, 공동체가 무엇을 잃어왔는지 스며있다고 진단한다.

이상한 세계가 된 학교지만 저자는 여전히 가능성을 발견한다. 성적 카드를 사고파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던 아이들은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며 자기 행동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다른 생각이 부딪치는 경험 속에서 공존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학교 안의 낯선 말들 앞에서 다시 멈춰 서고, 그것을 교육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이다. 학교 안에서 오가는 말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말 속에서 어떤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지, 우리가 잃어버린 교육의 언어는 무엇이었는지 묻는다. 제발 이 책을 혼자 읽고 덮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으며 각자의 옮음 너머를 생각하자는 저자의 부탁이 의미심장하다. 이경숙 지음/자음미디어/288쪽/1만 88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