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자원·인프라·기술·상용화 총괄 범정부 체계 절실 [제20회 세계해양포럼]

입력 : 2026-11-04 18: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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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세션]

짧지만 조건 까다로운 항로 평가
1회 운항으로 경제성 판단 어려워
지역 산업·경제 시너지 창출 과제
현실 진단 후 전략적 로드맵 구축

4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해양포럼(WOF) 2일차 ‘공간을 잇다’ 북극항로 세션에서 한국선급(KR) 북극항로 지원단 손무성 책임이 팬스타 아크로호의 북극항로 시범운항 준비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WOF 사무국 제공 4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해양포럼(WOF) 2일차 ‘공간을 잇다’ 북극항로 세션에서 한국선급(KR) 북극항로 지원단 손무성 책임이 팬스타 아크로호의 북극항로 시범운항 준비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WOF 사무국 제공

“북극항로 개척은 미래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제입니다. 물류 경제성 외에 북극해 지정학, 최첨단 선박 기술 개발, 부울경 연관산업 육성 등 세부 전략을 범정부 차원에서 면밀히 수행해야 합니다.”

제20회 세계해양포럼(WOF) 2일차인 4일 부산항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오전 10시부터 3시간여 동안 이어진 트랙1 ‘공간을 잇다’ 북극항로 세션에서는 총 5개의 주제로 6명의 발표자가 연단에 올랐다. 윤희성 국립한국해양대 북극해연구센터장이 좌장을 맡았다.

첫 번째 발표자 권재근 팬스타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는 ‘북극항로 시범운항 성과’를 주제로 ‘팬스타 아크로호(Panstar Acro)’의 운항 과정 전반을 소개했다. 아크로호에 승선했던 권 대표는 “북동항로는 유빙이나 기상, 계절성의 제약이 큰 반면 운항 거리와 기간 단축으로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한 마디로 ‘짧지만 조건 까다로운 항로’”라고 요약했다.

아울러 “보험, 안전, 통신, 해빙, 기상 등 다양한 여건에 따라 변동성이 크고 극지 운항을 위한 특수비용은 추가적 부담 요인이 됐다”면서 “경제성 판단에 대해서는 1회 시범운항 결과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의회 박종철 의원은 ‘북극항로 상용화를 위한 부산의 정책적 과제’를 주제로 나서 “시범운항 이후 이제 부산의 산업과 어떻게 연결 시키느냐가 중요한 과제”라며 “현재는 낙관도 비관도 아닌 현실적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별법이 항로 개척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면 부산시 북극항로 조례는 지역 산업과 경제를 정책과 연결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부산시가 중심이 된 민간 참여 상용화 협력체계를 구성해, 민간기업이 북극항로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정하는 연결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 발표에 나선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선임연구위원은 “보다 엄격하게 현실을 진단하고 전략적 로드맵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의 경제성과 접근 방향’ 발제를 통해 “부산과 유럽을 잇는 북극항로는 대형 선박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이익을 얻는 지금의 해운물류 업계의 시각으로 볼 때는 다소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위원은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유럽 운송망 위기 시 북극항로의 보완 우회 기능 필요하기 때문에, 북극항로가 대체항로 가능성과 전략적 역할 면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를 고려해 북극항로 대응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위원은 “2030년까지 러시아와의 실무협의 채널을 복원하고, 시베리아 해안 항만 인프라 구축에 기술 참여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외교·자원·인프라·첨단기술·해운 상용화를 잇는 범부처 실행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선급(KR) 북극항로 지원단 손무성 책임은 올해 시범운항의 안전성 평가와 유럽 항만국통제(PSC) 대응 사례를 소개했다. 손 책임은 출항 전 위험성 평가(PWOA)와 선상 운항 매뉴얼(PWOM)을 마련하고 8월 13일 극지선박증서를 발급받는 등 전 과정을 지원했다. 그는 “차기 시범운항에 대해 선사·관리사의 극지 운항 경험과 PSC 대응 이력, 선박 정비 상태, 선원 숙련도, 비상 연락 체계를 선정 단계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26 북극 지정학, 최신 동향과 그 함의’를 주제로 발표한 이대식 리오 인스티튜트 대표는 “현재 북극을 둘러싼 지정학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이 기후변화보다 빠르게 북극 질서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하며 “우리는 20년 후를 보고 기술·데이터·규범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대한민국은 군사 행위자가 아닌 ‘솔루션 공급자’ 전략을 채택해야 하며, 극지 선박·해양기술 생태계 구축, 부산 중심의 북극항로 사업성 검증 허브, 다층적 경제 외교를 핵심 방향으로 제안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장하용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극항로의 경쟁력은 얼음이 녹는 속도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줄이는 속도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부산신항을 출발한 국적 컨테이너선의 첫 왕복(50일)은 운항은 완주했지만 상업성은 과제로 남겼다”면서 “수출 화물은 수요조사의 약 57%인 737TEU에 그쳤고, 귀항편은 빈 컨테이너였으며, 정시성도 계획보다 약 6일 늦었다”고 진단했다.

항만 분야에서는 ‘분산에서 분업’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연구위원은 “각 항만은 강점 화물에 집중하고, 부산은 운항 데이터·보험·금융·인증을 묶는 공동 플랫폼을 맡자”면서 “터미널 증설은 수요 신호를 확인한 뒤 추진하고, 협약·데이터·화물 연결을 먼저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업 분야에서는 특별법이 정한 연관산업 14개 항목을 근거로 특수선 정비(MRO), 극지보험, 선박금융, 배후단지 고도화를 제시했다. 그는 “배가 경남·울산에서 건조되더라도 평생 쓰는 서비스가 부·울·경에 남아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가칭) 부산 북극항로 거점화 추진단 구성을 제안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