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대리 등록만 456차례… 부산연구원 기강 붕괴

입력 : 2026-11-04 18: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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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시의원, 직원 근태 지적
안면인식 출퇴근 시스템 ‘허점’
다른 직원 PC로 대신 등록 적발
연구원, 훈계 등 솜방망이 처분

4일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가 부산연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김태효(왼쪽) 위원장의 질의에 김영재 부산연구원장이 답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4일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가 부산연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김태효(왼쪽) 위원장의 질의에 김영재 부산연구원장이 답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의 주요 현안을 연구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할 지역 싱크탱크 부산연구원(BDI)의 조직 기강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직원 27명이 다른 직원의 PC를 이용해 출퇴근 시간을 대리 등록한 사례가 456차례나 적발되는 등 직원 다섯명 중 한명 꼴로 비정상적인 근태 등록이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CCTV 영상 보존 기간이 짧아 명확한 근무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구원은 솜방망이 처분만 내렸고, 곧바로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아 조직 차원의 도덕적 해이와 관리·감독 부실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는 4일 부산연구원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다. 김태효 기재위원장이 제출받은 ‘2026년도 부산연구원 기초복무 특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연구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 직원 144명의 웹 출퇴근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직원 27명이 다른 직원의 PC로 출퇴근을 등록한 사례가 456건에 달했다. 직원 6명은 같은 방식으로 시간외 근무를 41차례 등록했다. 직원 다섯명 중 한명 꼴로 비정상적인 출퇴근 등록에 연루된 셈이다.

일부 직원은 대리 출퇴근 등록을 상습적으로 자행했다. 직원 3명은 각각 50차례 이상 다른 직원의 PC로 출퇴근을 등록했고, 가장 많은 직원은 1년 4개월간 무려 68차례나 대리 처리했다. 10~49차례 대리 등록한 직원도 12명에 달했다.

시간외 근무 등록 실태도 심각했다. 한 직원은 25차례에 걸쳐 다른 직원의 PC로 시간외 근무를 등록해 수당을 챙겼다. 이 직원은 토요일인 지난해 12월 6일 오전 7시 37분부터 오후 8시 20분까지 근무했다고 등록했지만, 조사 결과 정작 본인 PC에 로그인한 기록은 없었다.

부산연구원은 안면인식 출퇴근 시스템을 도입하고도 일부 직원들이 생체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PC를 통한 출퇴근 입력을 허용해 왔다. 그러나 대체 인증 수단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해 다른 직원의 PC로 근무 시간을 임의 등록하는 허점이 방치됐다.

더욱이 연구원은 CCTV 영상 보존 기간이 한 달에 불과해 과거 실제 출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출근하지 않고도 동료를 통해 근태 기록을 남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연구원 측은 “직원들의 소명과 로그인 기록 등을 종합하면 무단결근한 뒤 다른 직원에게 출퇴근 등록을 지시한 수준은 아니고, 출퇴근 시간을 조금씩 앞당기거나 늦춰 등록한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징계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부산연구원은 대리 출퇴근 등록이 50회를 넘는 직원 3명과 시간외 수당을 부당 수령한 직원 1명에게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렸다. 이상 근태가 10~49회인 직원에게는 훈계, 3~10회인 직원에게는 주의 조치만 내렸다. 부당 지급된 시간외 수당 285만 원에 대해서는 환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상습적인 근태 이상과 부당 수당 수령까지 확인됐지만 대부분 경미한 처분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특히 자체 감사에서 대규모 근태 이상 사례를 적발하고도 시의회 행감에서 문제가 제기될 때까지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조직 관리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3~4년 전 부산시청 공무원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초과 근무 수당을 챙기다 적발되기도 했는데 지금 같은 부산연구원의 근무 실태는 매크로 악용 사례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솜방망이 처벌과 근태와 관련한 조직 내부의 안일한 인식이 사태를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영재 부산연구원장은 “이번 사안을 조직 기강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조직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다수의 구성원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도록 시스템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