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연구진, “먹거리의 실제 안전 수준, 과소평가됐다”

입력 : 2026-09-02 14:20:12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식품 매트릭스 기반 통합 규제’ 과학적 근거 확립
‘자가 독성 완화’ 첫 입증…국제학술지 게재 및 美 특허 확보

연구 이미지. 연구 이미지.

부산대학교(총장 최재원) 의학과 및 데이터사이언스전문대학원 문유석 교수 연구팀은 유해인자 단독이 아닌 식품 전체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식품 매트릭스 통합 안전성 평가’의 과학적 근거를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곰팡이 독소 등에 오염된 곡물이라도 식품 자체에 존재하는 천연 활성 내재 성분에 의해 ‘자가 독성 완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해, 독소만을 분리해 평가해 온 기존 식품 안전성 평가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규제 과학의 근거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독소만을 분리해 검사하는 기존 방식이 식품의 실제 안전 수준을 과소평가하고 위해도를 과대평가할 수 있다는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식품 내 성분 간 상호작용을 반영한 ‘식품 매트릭스 통합 안전성 평가’ 도입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

‘데옥시니발레놀’은 곡류 수확이나 저장 과정에서 곰팡이에 의해 생성되는 독성 물질로, 전 세계 농산물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곰팡이 독소 중 하나다. 그동안 식품 안전 규제에서는 이러한 독소를 식품으로부터 분리한 뒤 단일 물질 기준으로 독성을 평가해 왔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가 섭취하는 식품은 독소뿐 아니라 영양소, 생리활성 물질, 미네랄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식품 매트릭스’ 형태로 존재한다.

연구팀은 실제 식품 안에는 유해 독소와 함께 이를 완충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천연 유익 성분이 공존하는 만큼, 독소만을 따로 떼어내 평가하는 방식은 실제 섭취 환경에서의 위해성을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식품의 실제 안전 수준이 기존 평가 방식에서 오히려 과소평가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 부산대 연구팀은 율무 등 곡물에 풍부한 식물성 스테롤이 곰팡이 독소 노출 상황에서 장 상피세포의 특정 수용체 신호축인 ‘Gdf15-FXR 축’을 조절해 장 독성을 완화한다는 기전을 밝혀냈다. 식품의 내재 성분들이 독성 물질과 상호작용해 독성을 스스로 완충하는 현상, 즉 ‘자가 독성 완화(Self-attenuation)’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초기 세포 기반 스크리닝 평가를 시작으로, 3차원 장 오가노이드, 유전자 변형 토양 선충 모델, 실제 환자 임상 전사체 빅데이터 분석까지 아우르는 ‘계층적 독성학 평가 체계’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식품 자체가 가진 독성 완화 효과를 세포, 조직, 생체 모델, 임상 데이터 수준에서 전방위적으로 확인했다.

이번 성과는 식품 안전성 평가 방식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다. 기존의 단일 오염물질 위해성 평가는 식품 내 공존 성분의 상호작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불필요한 농산물 폐기나 과도한 규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한계를 지녀 왔다. 반면 이번 연구는 독소와 식품 매트릭스 내 유익 성분의 상호작용을 함께 고려하는 ‘식품 매트릭스 통합 안전성 평가’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를 보여줬다.

또한 연구팀은 관련 핵심 원천 기술에 대해 미국 특허 출원을 완료해 글로벌 지식재산권 확보에도 나섰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복합 독성 노출 모니터링용 진단 바이오마커 기술 개발, 장벽 보호용 맞춤형 농식품 소재 산업화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전망된다.

문유석 부산대 교수는 “식품 속 독소만을 따로 떼어내어 검사하던 기존 규제 방식은 식품 자체가 가진 생체 보호 능력을 배제해 실제 식품의 안전 수준을 과소평가해 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오염된 식품일지라도 체내에서 일어나는 복합적인 자가 독성 완화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입증함으로써, 식품 매트릭스 전체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의 근거를 제공했다”며 “관련 원천기술의 미국 특허 출원을 통해 차세대 농식품 안전성 및 규제 과학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글로컬 R&D사업, 지역대학우수과학자사업, 박사후연구원 성장형 공동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부산대 미래지구환경연구소 김주일 박사와 의학과·데이터사이언스전문대학원 문유석 교수가 주도했다.

연구 성과는 환경 및 위험물질 분야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즈(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9월 15일자에 게재될 예정이다.

김형일 부산닷컴 기자 ksol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