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시 30분 한화오션 원청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 김유철 지회장이 거제사업장 1독에 위치한 200t 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독자 제공
“성과를 나누는 과정이 안전과 또 다른 성과를 무너뜨려서는 안됩니다.”
한화오션 경영진이 ‘임금 및 단체 협약’ 교섭 장기화에 하청노조에 이어 원청노조까지 핵심 생산 시설 무단점거 농성에 돌입하자 2차 긴급 담화문을 발표하며 재차 조합원 설득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9일 오전 경영지원실장인 정인섭 사장 명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22일에 이은 두 번째 임단혐 관련 담화문이다.
정 사장은 2쪽 분량 담화문에서 “4개월에 걸쳐 진행된 2026년 단체교섭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노사가 교섭 마무리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천막농성과 고공농성까지 돌입한 상황에 대해 이유가 무엇이든 무겁게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한화오션 노사는 지난 6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26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아직 1차 잠정합의안도 도출하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 △상여금 900%(기존 800%) 인상 △정년 연장 △성과급 지급 기준 명문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 측은 △기본급 12만 3689원 인상 △일시 타결타결750만 원 △복지포인트 연 100만 원 △경조사비 인상 △미취학 자녀 지원금 20만 원 인상 △성과급제 개선 TF 신설을 담은 2차 제시안을 냈지만, 노조는 조합원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거부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제시안의 근본적인 방향과 취지는 모두 지속가능한 내일과 구성원들이 장기적으로 누릴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위한 선택”이라며 “치열한 시장경쟁과 빠르게 변하는 대외변수들 속에서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재정적 여건, 미래를 위한 투자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인수 직전인 2021년과 2022년 각각 1조 7000억 원, 1조 6000억 원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벼랑 끝까지 내몰렸었다.
다행히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큰 폭의 이익을 실현 중이지만, 여전히 12조 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168%로 조선 3사 중 가장 높다.
그럼에도 2023년 출범 이후 올해까지 4년간 기본급 기준 단순 합산으로 약 20%의 임금인상을 단행했다.
이런 상황에도 노조는 ‘현장 눈높이’를 명분으로 되레 투쟁 수위를 높였다.
전체 조합원 부분 파업에 이어 핵심 생산 시설인 골리앗 크레인까지 멈춰 세우더니 이번엔 무단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원청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 김유철 지회장은 거제사업장 1독에 위치한 200t 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한화오션 원청노조가 크레인 고공 농성을 진행하는 것은 2019년 대우조선해양 시절 이후 처음이다.
정 사장은 “여러 고민과 각고의 협상과정들이 허무하게도 불법적인 고공농성에 돌입했다”며 “힘든 시기를 조금 벗어나 어렵게 맺은 소중한 성과를 앞에 두고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작업장 내 불법 점거행위는 결국 안전과 직결된다. 일을 하는 사람과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집중력을 잃고 안전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매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불법 점거행위가 지속되는 경우 현장의 피로도는 쌓이고 이 또한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2022년 하청노조의 불법 독 점거농성을 두고 원청노조도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막는 행위는 회사와 구성원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멸의 길”이라고 비판했던 점 곱씹으며 “노조 스스로 원칙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협상과정과 제시안들이 공멸의 길을 가야할 만큼의 극단의 상황이었는지,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넘어서 불법적인 행위들까지 감행했어야 했는지 묻고 싶다”며 “불법 점거행위는 결국 미래의 성과와 발판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간극을 좁히고 교섭을 마무리 단계로 가고자 한다면 크레인 위가 아닌 협상장에서 논의를 이어나가기 바란다”며 “‘납득할만한 회사안 제시’라는 추상적으로 요구 보다 협상장에서 대안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명확히 밝히고 논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