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대가 부산대와의 통합을 의결했습니다. 어제 교수회의를 열어 부산대와 통합을 전제로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컬대학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학령 인구 감소 속에 지역 대학이 존립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 부산대와 마찬가지로 국립인 부산교대가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5년간 대학 한 곳에 1000억 원을 쏟아 붇겠다는 글로컬대학 사업이 두 대학에게는 외면할 수 없는 ‘당근’이었음도 충분히 짐작할 만합니다.
하지만 통합 논의 과정에서 줄곧 반대를 외쳐온 부산교대 학생들의 목소리가 이번 결정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합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떠나 의사결정 과정을 짚어보자는 겁니다.
2년 전 두 대학 총장의 양해각서 체결에서 시작된 통합 논의는 부산교대 전체 구성원 반대로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박수자 총장이 구성원 전체 투표 방식으로 통합 의견을 물으려 했지만, 학생들의 반발로 다시 무산됐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정부가 엄청난 재원을 내걸고 글로컬대학 사업 계획을 밝히면서 지난달 다시 급속히 논의가 재개되었습니다.
어제 교수회의 이전 부산교대는 통합안에 대해 구성원 전체 의견을 묻는 투표와, 구성원 대표자 13명으로 구성된 평의원회를 순서대로 거쳤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일 실시된 투표에는 전체 구성원 2380명 중 고작 315명만이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통합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투표 자체를 보이콧해 학부생 35명만이 투표한 게 이유였습니다. 통상 의회나 조합에서의 일반적인 의사 결정은 과반 출석 과반 찬성, 중요한 의안은 3분의 2 이상 출석, 과반 찬성으로 이뤄집니다. 그나마 찬성 181명, 반대 134명으로 압도적인 결과도 아니었습니다. 학교와 미래 학생들의 운명을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결정에 불과 13% 투표율로 집계된 의사가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일까요? 학생들의 투표 보이콧은 15일 평의원회에도 이어졌습니다. 13명의 평의원 중 학부생 대표가 2명인데 모두 불참하며 반대 입장문을 전달했습니다.
산술적인 투표율이나 찬성율 이전에 학생의 의견을 대하는 학교 당국과 교직원들의 태도에도 비민주적 요소가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대학의 구성 주체는 학생, 교수, 직원입니다. 사립대라면 학교재단이 더 있을테고요. 과거 1987년 직후에는 많은 학교에서 학교와 교직원을 대표하는 ‘3자협의회’가 구성돼 학교의 주요 현안을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통합안 같은 중요 의사 결정에서 학생들의 명확하고 일관된 반대 의견이 이번 처럼 깡그리 무시되는 것은 민주화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운영위원장 선임을 두고 불거지는 논란의 핵심도 민주적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데 있습니다.
지난 9일 BIFF 이사회와 임시총회 회의 내용을 분석해보니 위원장을 추가 선임하는 데 대한 반대 의견이 여러 참석자로부터 분명히 나왔고, 영화인단체 4곳에서 반대 의견서를 미리 제출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사회와 임시총회에서는 별도 표결 절차도 없이 신임 운영위원장 임명이 가결됐습니다.
BIFF는 올해 28회째입니다. 풍상을 겪으면서도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은 영화인·관객·시민의 목소리에 항상 귀기울이는 자세를 지켰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의 3자협의회가 먼 옛 이야기가 되었듯, 30년을 내다보는 BIFF에도 퇴행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인지, 씁쓸한 마음 감출 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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