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간호사가 신생아를 거꾸로 들어 올리고, 바구니에 던지던 CCTV 영상을 기억하시는지요. 이 소식이 부산일보에 소개된 날이 2019년 11월 13일이니, 벌서 4년 전입니다.
뉴스는 흘러 지나가고, 대중은 학대받은 아영이가 치료를 받고 다시 건강하게 살겠거니, 믿고 잊었습니다.
오늘 기사를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병원에서 바닥에 떨어지며 머리를 부딪힌 아영이는 두개골 골절상으로 뇌세포가 계속 사라지는 증상을 겪어야 했습니다. 3년여 시간을 병원 침대와 휠체어에서만 보내며 실낯같은 삶의 희망을 피웠던 아영이는 지난 23일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5일 만인 28일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영이 부모님은 장기 기증을 결정했습니다. 부모님의 이 말이 가슴을 때립니다. “아영이가 태어나 지금까지 계속 누워서만 지냈고 시신경, 청신경이 다 소실돼 듣지도 보지도 못하고 살았는데, 장기이식을 하면 다른 사람 몸의 일부로라도 자유롭게 살 수 있고, 아영이가 삶의 의미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꽃봉오리를 피우지도 못하고 떠난 아이가 다른 이의 몸에서라도 세상을 느끼며 살아가게 해주고 싶었던 부모의 마음 아닐까요.
최근 출생 신고도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 뉴스가 사회적으로 크게 화제가 되었지만, 우리 지역에는 올 3월 성매매 나간 엄마와, 동거하던 부부의 방치 속에 굶주려 숨친 4살 가을이도 있었습니다.
저항력 없는 어린 생명에 대한 방치와 학대를 법이 어떻게 다루는지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겁니다. 아영이 학대 간호사는 지난달 18일 대법원에서 징역 6년 형을 확정 받았습니다. 아영이뿐 아니라 신생아 14명을 학대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아직 아영이 부모에게는 별도의 사죄 뜻을 밝히지도 않고 있습니다. 가을이 사망에 대한 책임을 두고 이뤄지는 재판에서도 가을이 모녀를 집에 데리고 있던 동겨 부부의 뻔뻔한 발뺌이 보는 이의 가슴을 답답하게 합니다. 네 살이 넘었는데도 숨질 때 10kg도 되지 않을 만큼 방치되었던 가을이의 죽음 앞에 어쩌면 그렇게 떳떳할 수 있는지….
학대 피해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면서도 4명에게 새 삶을 나눠주고 떠난 아영이 앞에 어른으로서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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