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 곰팡이, 무서워하지 마세요!

입력 : 2020-07-19 07:00:00 수정 : 2020-07-19 07: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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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의 미생물 이야기(3)

곰팡이는 아무 데서나 잘 자라며 미생물 중 건조에 제일 강하다. 벽면이나 마른 빵, 떡 등에 번식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곰팡이는 아무 데서나 잘 자라며 미생물 중 건조에 제일 강하다. 벽면이나 마른 빵, 떡 등에 번식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곰팡이에는 버섯곰팡이, 누룩곰팡이, 푸른곰팡이, 홍색곰팡이, 거미줄곰팡이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들 중에는 동식물에 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반대로 일상에 도움을 주는 종류도 있다.


형태는 다양하나 대개는 실 모양으로 자란다. 실 모양의 형태를 균사(菌絲)라 하며 사상균(絲狀菌·실 모양의 세포로 이루어진 균류의 총칭)이라고도 부른다. 세포는 대나무처럼 마디 마디로 쭉 연결되어 있으며, 다세포의 형태를 취하지만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살아간다. 동식물처럼 고등 세포에 해당되며 진핵세포에 속한다. 번식은 끝에서 싹이 나듯 길게 늘어나기도 하고 포자(홀씨)로도 한다(그림 참조). 아무 데서나 잘 자라며 미생물 중 건조에 제일 강하다. 벽면이나 마른 빵, 떡 등에 번식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처음에는 균사의 늘어남으로 번식하고 성장하다가 영양성분이 고갈되거나 온도의 변화 등 환경이 나빠지면 균사끼리 협동하여 유성생식에 의해 포자를 만들어 휴면기에 들어간다. 이 포자는 환경 변화에 강해 끓여도 살아남는 것이 많으며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다. 주위 환경이 좋아지면 발아하여 다시 증식한다. 공기 중에 먼지처럼 흩어져 날아다니다가 환경이 맞으면 어디에나 부착하여 자란다.


곰팡이는 음식에 붙어 부패나 변질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인체에 해를 끼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가끔 진균증 같은 피부병을 일으키거나 곰팡이 독소를 생산하여 해를 주는 종류가 있긴 하다. 무좀, 버짐 등이 곰팡이에 속하며, 강력한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 등의 독소를 생산하는 곰팡이도 가끔 있다. 아플라톡신을 생산하는 종류가 간혹 메주나 땅콩에 번식하여 문제가 되기도 한다. 곰팡이 생산 독소를 총칭하여 '마이코톡신'이라 하며 그 종류는 상당히 많다. 곰팡이는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에는 듣지 않는다.


우리는 음식에 곰팡이가 피면 겁을 내며 놀라지만, 메주와 된장 표면에 핀 곰팡이를 보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대부분은 인체에 무해하다. 곰팡이는 인간에게 아주 유익하게 작용하는 종류가 많은데 몇몇 사례를 보자.


메주 ; 메주를 만드는 것은 콩에 곰팡이를 번식 시켜 콩 단백질을 분해하기 위함이다. 누룩곰팡이를 쓰는데 이는 단백질분해 효소의 생산능력에 매우 강하다. 즉, 메줏덩이에 곰팡이를 쓸게 하는 것은 효소의 생산을 위해서다. 이 효소는 소금물 속에서 콩 단백질을 분해하고 아미노산을 만들어 간장과 된장의 맛을 좋게 한다. 재래식 메주에는 누룩곰팡이뿐만 아니라 단백질분해 효소를 생산하는 각종 미생물(주로 고초균)도 번식한다. 동시에 잡균도 번식하는데, 이로 인해 메주의 질이 떨어지기도 한다. 개량된 알알이 메주는 성능이 좋은 종균을 살포하여 만든 것으로 잡균의 오염이 적어 비교적 안전하다. 균의 색깔이 황색이라 이를 황국균(黃麴菌)이라 부른다.


누룩 ; 누룩을 만드는 것은 쌀 전분 등을 분해하기 위해 곰팡이를 쓸게 하는 것이다. 누룩곰팡이, 거미줄곰팡이 등은 단백질분해 효소뿐만 아니라 전분분해 효소의 생산능력도 대단히 강하다. 그래서 전분함량이 높은 쌀이나 밀 등에 번식 시켜 아밀라제를 대량 생산해 술이나 포도당 제조 시 전분의 당화용으로 이용한다. 이때 아밀라제의 생산능력이 강한 여러 종류의 곰팡이가 사용된다. 재래식은 황국곰팡이를, 공장식은 백국곰팡이를 많이 쓴다. 누룩곰팡이는 황국균이라 하고 거미줄곰팡이는 백국균(白麴菌)이라 부른다. 한편, 시중에서 건강식품으로 파는 곡물효소(혹은 곡물발효효소)가 있는데 콩 등의 곡물에 누룩곰팡이를 키운 것으로 이는 누룩이나 메주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도 광고에는 그 예찬이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으니 이에 속지 말자.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홍국(紅麴)쌀 ; 홍국쌀은 홍색곰팡이를 번식시켜 발효해 만든 쌀로 포자색이 붉어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 이 곰팡이도 전분분해효소의 생산능력이 강하다. 요즘 생산되는 붉은 쌀 적미는 이와 다른 것으로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졌다. 홍국곰팡이로 중국에서는 홍주를 만드는데 이 곰팡이를 홍국균(紅麴菌)이라 부른다. 우리의 진도홍주 등은 홍주와 달리 식물 뿌리인 지초(자초)의 색을 입힌 것이다.


치즈 ; 특수 곰팡이가 치즈의 숙성에 이용된다.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을 곰팡이가 생산하는 단백질분해 효소로 분해하여 맛을 좋게 한다. 블루치즈의 푸른색은 푸른곰팡이의 포자 색깔로 시각적으로는 우리의 기호에 맞지 않아 보인다.


버섯 ; 버섯도 곰팡이 종류에 속하나 편의상 담자균(擔子菌)이라 부르며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균사가 모여 갓모양의 자실체(子實體)를 형성하는 독특한 라이프 사이클을 가진다. 가끔 목이버섯처럼 효모 종류가 버섯의 형태를 취하는 것도 있다. 버섯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따로 주제를 정해 설명할 예정이다.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의료에 이용 ; 최초로 발견된 항생제가 페니실린인데 이 항생제는 푸른곰팡이를 길러서 얻은 항생 물질이다. 대부분의 항생제는 세균류의 일종인 방선균(放線菌)이 만든다. 진단시약, 소화제, 세제에 들어있는 효소는 대부분 세균 등 미생물의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곰팡이가 유래일 경우가 많다.


주정 발효 시 전분의 당화, 포도당 제조, 구연산, 의약품 생산 등 여러 발효 과정에 곰팡이가 많이 이용된다. 포자의 색이 검은 흑국군(黑麴菌)이 이런 공정에 자주 쓰인다. 곰팡이는 이 외에도 산업적 이용 예가 많다. 다음 주제는 술 제조 등에 이용되는 효모에 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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