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2% 적금에 9천억 몰린 동경주농협…“파산 우려, 해지해달라”

입력 : 2024-04-07 13: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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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주농협 홈페이지에 게제된 안내문. (사진=동경주농협 홈페이지 캡처) 동경주농협 홈페이지에 게제된 안내문. (사진=동경주농협 홈페이지 캡처)

고금리 특판 상품을 판매했다가 거액 자금이 몰려 곤경에 처한 경북 경주의 동경주농협이 “파산이 우려된다”며 가입자를 대상으로 계약 해지를 다시 요청하고 나섰다.

7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동경주농협은 최근 고금리 적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가입 해지를 호소하는 우편을 보내거나 웹사이트 공지글을 올렸다.

해당 농협은 2022년 11월 비대면으로 특별 판매한 연 8.2% 금리의 적금이 애초 목표인 100억 원을 훨씬 넘어선 약 9000억 원이 몰렸다. 당시 비대면 계좌 개설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며 전국적으로 많은 이들이 몰린 탓이다.

문제는 자산이 1670억 원에 불과한 소규모 농협인 동경주농협은 1년 이자 비용만 수백억 원에 달해 경영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에 2022년 12월부터 가입자를 대상으로 해지를 호소했지만 현재까지 계약금을 기준으로 약 2330억 원이 남았다. 여기에 지급해야 할 총 이자만 해도 348억 원에 이른다.

매년 5억∼6억 원의 흑자를 내는 구조를 지닌 동경주농협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 셈이다.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동경주농협은 파산할 우려가 있는데 이 경우 예금주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동경주농협 측은 가입자를 대상으로 “남은 금액은 우리 농협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고 2024년은 적자 결산이 불 보듯 뻔해 존폐 갈림길에 섰다”며 “적금 계좌를 해지해주면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호소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경주시연합회 문무대왕면지회도 호소문을 통해 “농협이 파산으로 없어질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지역 농민 조합원들”이라며 “농협 직원들을 생각하면 괘씸하겠지만 농민과 지역 농업을 생각해서라도 파산으로 가지 않도록 적금을 해지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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